실상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쌀 대책이 필요하다

  • 입력 2010.08.23 08:45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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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통령에게 쌀 대책에 관한 보고가 있었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쌀 재고량 예상치가 140만톤에서 149만톤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정부는 재고처리 없이는 올 해 벼 매입이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대책의 주요내용들을 보고 있자니 걱정이 앞선다.

대책에는 우선 2005년산과 2006년산 재고미는 쌀 비닐 등 친환경신소재를 만들거나 수출 가공식품 원료, 동물용사료 등을 만드는 곳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또한 올 수확기에 최대 4만ha정도를 소먹이용 총체벼로 사용하여 20만톤 감축효과를 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북쌀지원재개는 커녕 해외원조도 외면하고 국내 저소득층지원 쌀 현물지원 예산도 삭감해놓고 동물용 사료가 웬 말인가? 사람보다는 이념을 따지고 돈을 중시하는 비인도적인 처사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대책에는 영세소농 퇴출과 생산량 감축을 유도하는 직불금 재편계획도 포함되어있다. 쌀 직불금을 재편하여 직불금 수령자격을 일정규모 이상의 ‘주업농가’와 ‘들녘별공동경영체’에게만 지급하고 지급기준을 목표가격에서 목표소득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목표가격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불했을 경우 “생산량이 증가해서 쌀값이 하락하면 오히려 농가소득이 증대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앞세워 영세소농 퇴출, 규모화촉진, 생산량 감축이라는 효과를 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정부가 쌀 대란 실상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작년 쌀값폭락으로 농민들의 소득이 감소한 것은 농식품부 관계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쌀 직불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생산비증가 등으로 실질적인 소득이 감소하였다. 정부의 논리는 쌀 대란 해결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외침을 희석시키려는 논리적 공세에 불과하다.

대책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예산당국의 쌀에 대한 인식이다. 예산당국은 쌀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쌀 관련 예산수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 세계는 식량확보 전쟁을 치루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의 밀수출을 중단하였고, 중국이 엄청난 양의 곡물을 사 모으는 등 식량위기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러한 상황은 생산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현재의 쌀 문제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암시를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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