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 입력 2010.08.03 19:34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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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지나면 장마는 서서히 세력을 줄이고 본격적인 태풍의 계절이 오며 백양나무에 매미가 높다랗게 울어 제끼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것이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이런 자연스런 모습이 많이 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장마철이 좀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가 비가 내리는 지역은 폭우가 기승을 부리고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은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한전에 의하면 전기사용량 최대치를 세 번이나 갱신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덥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특히 도시지역이 덥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도시가 만들어 내는 열섬효과가 시골보다 섭씨 2~3도는 높게 만들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삼복이 되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시원한 계곡으로 가서 탁족을 하며 수박이나 참외등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농촌 사람들은 천렵을 하며 더위를 식혔다. 시원한 원두막에서 먹는 따끈한 어죽은 더위를 식히는데 그만이었다.

유한한 집은 닭에 삼을 넣어 고아먹었다. 그러나 여의치 못한 민간에서는 널리 개장국을 먹었다. 동네에서 좋은 누렁이 한 마리를 추렴으로 잡아 뜨거운 국물과 고기를 먹으면 더위를 이기는 것은 물론 봄 일에 지친 몸들이 비로소 영양보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에어컨을 켜고 살아 조금만 더워도 참지 못하는 세상에서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더위는 가히 살인적 더위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근자의 종잡을 수 없는 기상 이변들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변화가 원인으로 ‘자연의 대습격’ 이라는 말로 대변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세계를 휩쓸면서 많이 먹고, 많이 쓰고, 많이 배설하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게 되어 버렸다. 결과는 우리에게 수해, 한해, 풍해 등 자연재해를 가져다 준 것이다.

농업은 자연 재해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재원이다. 홍수기에 논이 가두는 물이 소양강댐 일곱 개에 달한다고 하는데 매년 여의도면적 일곱 배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으니 물폭탄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특히 농업이 유지되므로 기온을 최고 섭씨 3도나 끌어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농업이 자연 환경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지 않는가. 농경연의 연구보고서에 농업의 환경조절효과는 돈으로 수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사실 농업의 모든 직불금은 이 가치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 하는 것이다.

참기 힘든 삼복더위를 건강하게 지내려 한다면 농업이 가지는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속옷까지 젖어드는 땀을 흘리고 나서 차가운 물을 들이붓고 참외하나를 시원하게 베어 문다. 삼복을 시원하게 지내는 지혜는 농업에서 나온다. 내지 못한 적벽의 패전이 오늘 우리농업을 그대로 닮아있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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