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소통 뒤에선 압력 … 두 얼굴의 농식품부

정운천 전 장관 개인소송에 1억여원 변호사비 지급
농식품부 정책에 비판적인 농민단체엔 재갈 물려

  • 입력 2010.07.26 11:37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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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의 이중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PD수첩 명예훼손소송과 관련 정운천 전 장관의 개인소송에 변호사 선임비용을 불법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농식품부 정책에 비판적인 단체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적 행태는 촛불시위가 가라앉은 다음해인 2009년 농어업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노골적으로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 특히 2009년 쌀대란이 일어나자 이른바 전농 고립화 문건까지 언론에 알려지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농식품부에 비판적인 농민연합 소속 단체들의 지원금은 차단하고 농민연합을 탈퇴한 단체에게는 여전히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명예훼손 변호사 선임논란=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정운천 전 장관과 민동석 전 통상정책관의 명예훼손에 관한 개인 재판에 불법적 개입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김우남 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가 지난 1월 20일 무죄판결이 내려진 정운천 전 장관 및 민동석 전 정책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의 1심 재판과 검찰의 항소로 현재 진행 중에 있는 2심 재판에 각각 다른 2명의 변호사를 선임하고 국가예산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에서는 기존 ‘PD수첩에 대한 정정반론보도청구소송’을 담당하던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는데, 수임료를 분리해 따로 지급하지 않고 계속 중인 청구소송 상고심 변호사 수임료와 합해 총 6천6백만원에 계약했으며, 2심 재판에서는 새롭게 선임된 변호사에게 4천만원의 수임료가 이미 지출됐다.

그런데 「PD수첩」제작진 5명에 대한 명예훼손 관련 형사재판은 농식품부와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으며 더구나 이 사건은 정운천 전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이 개인적으로 고소한 사적인 명예훼손 문제에 불과해 농식품부의 개입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농식품부는 정운천 전 장관의 개인소송에 1억6백만원의 국가예산을 사용하면서 지난 2008년 촛불시위가 한참일 때 정운천 전 장관을 고발한 농민단체에게는 최종심사까지 끝난 한국마사회의 교부금 지급을 막기도 했다.

마사회는 경마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적립해 농업관련사업에 지원을 하고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마사회에 신청한 사업비가 취소된 것은 2008년이 처음이며, 고발을 취소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농식품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했던 농식품부 공무원노조 지부장은 현재 목포로 발령이 나 있는 상태이다. 당시 농식품부를 비판했던 이진 지부장이 지난해 지부 사무국장으로 출마해 당선이 되자 농식품부는 부랴부랴 이진 지부장을 5급으로 승진시켜 목포로 발령했다. 공무원노조는 6급 이하만 가입이 가능하다.

▶농민연합 소속 단체들은 지원금과 대화도 배제= 지난 7일 농식품부는 농민단체장과 정책소통의 새 이정표를 만들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농식품부는 6일 ‘2010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민단체협의회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장관과 농민단체장과의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워크숍은 전국단위의 농민단체로 이루어진 농민연합은 철저히 배제한 상태에서 품목단체로 구성된 단체장들과의 반쪽자리 대화를 한 것이다.

최근에 일부단체들이 농민연합을 탈퇴한 배경에는 농식품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농민연합을 탈퇴한 모 단체는 단체가 속해 있는 자조금위원회의 정부 보조금을 정부가 갖은 이유를 대며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업계에서는 이 단체가 농식품부에 항의하자 ‘왜 그런지 생각해보라’는 답변을 들었고 그후 농민연합을 탈퇴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또한 농민연합 소속 단체가 올해 마사회에 지원을 신청했지만 탈락했고 농민연합을 탈퇴한 단체들은 마사회에서 지원금을 받았다.

이번에 마사회에 지원을 신청한 단체 중 3개 단체가 전국대회 개최를 명목으로 지원했지만 농민연합 소속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만 탈락했다는 것. 농촌지도자연합회 관계자는 “마사회로부터 구체적인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나, 지도자연합회가 농민연합을 맡고 있고 최근 강하게 나가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8년 전국대회에서는 지원을 받았고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마사회 기금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행사성 사업에 지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서 기금이 줄어서 농민단체 지원도 감소한 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도 마사회 기금을 신청했으나 지원받지 못했다.

전여농 관계자는 “농민연합 소속 단체들은 다 지원받지 못했다”며 “전여농이 지원한 우리텃밭 사업은 예비사회적 기업이라 지원이 가능한데도 탈락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식품부에 탈락한 사유를 알아보니 담당공무원이 ‘정체성의 문제’라고 말했다”며 이는 농민연합에 소속된 단체에게는 지원을 끊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전농고립화 문건과 확약서 파동= 지난해 농민단체 지원금을 교부하면서 농식품부는 농민단체들에게 확약서를 요구했다. 확약서는 불법시위에 참여한 경우 2009년 농림수산사업 보조금을 전액 반납하겠다는 내용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여농은 확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고 지난해 보조금을 한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당시 전농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는 단체들을 대상으로 정부 정책에 찬성 하도록 협박 했다”고 말했다. 지난 봄에 전 농민단체를 대상으로 ‘준법서약서’를 받은 것이 바로 그것 이라는 것이다.

확약서에 이어 농식품부는 전농 고립화 문건까지 작성하며 농식품부에 비판적인 농민단체들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쌀값 폭락에 농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쌀값과 관련성이 적은 계획적이고 연례적인 행동’이며 ‘농민들의 행동이 농정 현안 해결 보다는 대북지원, 투쟁기금 확보 의도’라고 문건에 명시했다.

특히 대응책에는 농단협을 키워 농민연합과 세력균형을 유지해 불법 시위에 동참을 차단하고 전농 등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와 차별적인 대응을 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앞에서는 소통, 뒤에서는 압박=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소통을 주장해왔다. 농식품부 역시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며 앞에서는 소통을 강조했지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단체들과 소통을 했으며, 농민연합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몇몇 단체들이 탈퇴하도록 압박했지만 농식품부가 의도한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지난해 한농연이 탈퇴하자 농민연합은 더욱 단결한다는 합의를 했으며, 최근에는 한중 FTA를 저지하기 위해 농단협과 농민연합이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농단협 내부에서는 농식품부가 원하는 대로 했지만 결국 얻은 것은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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