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비리, 농수산물공사는 아무책임 없다?

농민단체 “철저수사·책임자 엄중 처벌”
유통인들 “공사 관리·감독 소홀 책임져야”
농수산물공사 “이번사건은 개인사기 일뿐” 일축

  • 입력 2010.07.26 10:24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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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락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던 경매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결과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에게만 처벌이 맞춰져 있어 유통인들 사이에서 “1차적인 관리자인 도매법인도 문제이지만 시장 전체에 대한 관리 의무를 지닌 농수산물공사도 이번 사건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검찰조사 결과에는 “중도매인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공사에 있는 바, 금번 수사를 계기로 중도매인 허가권에 대해 공사가 점검해야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라고만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수산물공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유통인들 사이에는 또 유통인들만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도매시장 법인 소속 경매사들, 중도매인들, 농산물 유통업자 등만 처벌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이광형 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우려해 왔던 문제가 터졌다. 기록상장, 허위상장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공사에 대책마련을 요구했는데 그렇지 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이제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사후약방문식 대처일 뿐이다. 말로만 대처해서는 안 된다. 도매법인·중도매인이 잘못하면 지정취소를 시켜야 하는데 공사는 눈치 보느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관리·감독이 소홀해서 문제가 발생했으면 이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공사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유통인들에게는 책임을 강조하면서 자기들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또 “농수산물공사 직원들은 검찰조사 결과도 뚫지 못하는 방탄복을 입었냐?”라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1차적으로 도매법인이 경매사를 관리하지 못하고, 경매비리 문제가 2008년 한 해 동안이나 자행되어 왔는데 이 문제에서 농수산물공사가 책임을 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농수산물공사가 가락시장 전체를 관리하지 못해 애꿎은 소규모 영세농들만 피해를 본 셈이라고 농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농 곽길자 정책국장은 “도매법인·중도매인 등 유통인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이들을 잘 감독하고 지도해야할 의무를 지닌 농수산물공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공사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에 농민들만 피해를 봤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 강우현)는 가락동 경매비리와 관련 21일 성명을 내고 사법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이번 결과와 관련 농수산물공사는 지난해 SBS 보도이후 파문이 확산되자 지난해부터 ▷전자경매 검증프로그램 개발·운영 ▷수지경매·수의매매 관리감독 강화 ▷수입 과일 거래시스템 개선 ▷상장예외품목 관리 강화 ▷허위거래, 허가권대여 근절 추진 ▷도매시장법인 평가 기능 강화 등과 같은 대책을 마련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번 사태의 공사 책임자의 문책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사기’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경매사를 관리하지 못한 법인에게 책임이 있다. 어떻게 보면 공사는 그 문제까지 관여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법률에 따르면 공영도매시장 개설자는 해당 시장을 관리·감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가락동 도매시장은 개설자인 서울시를 대신해 농수산물공사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등 유통인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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