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도의원 선거에서 이정민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되자 일선에서는 장흥의 누구보다 더 과격한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이정민 도의원이 인터뷰에서 보여준 모습은 농민운동에 대한 충심이었고, 우직함이었다. 그런 우직함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강성이다.
보성군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민 도의원은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정보화마을을 만든 사람이다. 도시에서도 컴퓨터가 일반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2년 그는 피시통신을 통해 농민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했고 자신이 사는 마을을 시작으로 농민들에게 컴퓨터 강의를 하러 다녔다.
이 의원은 “먼저 아는 사람이 농민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고컴퓨터를 고쳐서 컴퓨터 교육을 했고, 이를 통해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농민운동을 시작한 것은 26년전이다. 농민운동을 시작한 계기를 묻자 장황하게 설명한다.
“보성은 역사적으로 갑오농민운동이 일어났던 곳으로 지역의 역사성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지금도 제도적인 부분과 내용만 다르지 결국은 쌀 수입, FTA 등도 또 다른 주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선거기간에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농민의 힘’이다.
또 그가 내세운 공약 5가지도 모두 농업, 농민을 위한 것들이다. 이 의원은 “모든 공약이 농업에 치중해 있다. 농민표만 얻을 것이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농민대표 농민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모든 현안이 농민 관련된 공약만 밀어부쳤다”는 말에서 그의 우직함이 배어나온다.
그가 내건 공약은 △논, 밭 소득보존 지원 1천억원 확보 △농산물 최저보장 가격제도 시행 △농가도우미 제도 확대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친환경 주거개선 지원 등 5가지이다. 그의 우직함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나온다. 한 마을에서는 모든 후보 중 이 의원만 16번을 방문했다며 이 의원에게 그만 오라고 하면서 지지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호우주의보가 내린 상태에서도 읍내 아파트 앞에서 부인과 함께 꿋꿋이 인사를 해 읍내에서 믿을만한 사람으로 통했다는 것.
이 의원은 자신의 당선은 농민의 당선이고 보성군민의 당선이라며 전라도 지역에서 민주노동당으로 처음 출마한 자신에게 표를 행사한 것은 보성군민들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했다. 향후 도의회 활동에 대해 그는 많은 질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쓰고 싸우는 것보다 열심히 질문을 해서 농업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풀어나갈 것이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과도 함께 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의원 2명과 우호적인 무소속 의원 2명과 함께 민주당의 독주도 막겠다”고 말했다.
현재 최대의 이슈는 쌀이다. 이 의원은 “벼 경영안정자금이 매년 추경에서 편성되는데 이것을 본예산에 편성시켜 정기적으로 지급이 되도록 하고, 전남도에 조성된 통일기금을 통해 대북 지원의 물꼬를 트겠다”고 말했다.
선거운동은 두 눈을 감고 뚜벅뚜벅 걸어가듯이 했다며,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대중들이 믿어줄 것이라는 신뢰감 하나로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 대중과 농민에 대한 신뢰, 그것이 그가 가진 우직함이다. 〈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