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에 거는 기대

  • 입력 2010.07.12 09:29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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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문을 열었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에 맞설 수 있는 이론적 무기를 만들어낼 연구소가 농민들의 힘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녀름’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 연구소이지만, ‘녀름’이라는 단어의 뜻을 통해 연구소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녀름의 개소기념 심포지움에서 이광석 전농의장이 말한 바와 같이 녀름은 결실, 열매의 옛말로 그동안 이 땅의 농업을 지키며 일구어 낸 투쟁의 성과들을 농업과 농민을 살리는 튼실한 열매로 수확해 주길 바라는 의미를 담아 연구소의 이름을 ‘녀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사실 이 땅의 농민은 농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농의 중심에서 벗어난 자리로 항상 몰렸다. 농민의 땀의 결실이 농민의 것으로 되지 못했다. 더욱이 농(農)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많은 연구소들조차 농과 농민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논하기보다는 농과 농민을 객체로 대상화하고, 심지어는 농업을 말살하고 농민을 압박하는 정책을 내놓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농과 농민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펼쳐내는 연구소가 이제야 출범하게 되었다는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이데올로기가 농정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녀름’연구소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되지도 않는 논리를 가지고 우리의 농업을 포기토록 강요하는 횡포가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그러한 억지논리가 피라미드 판매상처럼 조직적으로 전파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농업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농민의 권익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서서 한국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의 폭압적인 개방농정으로 우리의 농업을 지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녀름연구소는 이름에 걸맞게 중앙정부의 농정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함께 대안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농의 현장에서 들리는 살아있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서 정책으로 녹여야 할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의 농정만큼이나 중요한 지방정부의 농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에서 농민운동을 통해 달성한 성과들을 발굴하고, 이런 사례들을 보다 폭넓게 전파할 뿐만 아니라 보다 심화된 형태의 정책으로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산적한 농업 농민문제를 떠안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녀름연구소가 그 역할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민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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