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1kg으로 햄버거 한 개도 못 사먹어

빅맥지수로 본 한일 쌀값비교

  • 입력 2010.07.05 08:38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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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디피에 따르면 빅맥 지수는 각 나라의 구매력 평가를 비교하는 경제지표로, 1986년 9월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처음 사용했다. 맥도날드사의 대표적인 햄버거 빅맥은 전 세계 어느 매장에서나 살 수 있고, 크기와 값이 비슷하기 때문에 각국에서 팔리는 빅맥의 값을 통해 물가를 예측할 수 있으며, 이는 환율보다 더 현실적인 지표가 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빅맥 한 개의 가격이 2.50 달러, 영국에서의 가격이 2.00 파운드라면 이때의 구매력 비율은 2.50/2.00 = 1.25이다. 이 때, 환율이 1파운드 대 1.81 달러라면 1.25 〈 1.81로, 파운드가 과대평가된 것이 된다.

이 빅맥지수는 다양하게 사용된다. 원화의 환율이 적정한 가에 대한 기준도 되며, 각국의 물가지수를 비교할 때도 많이 쓰인다. 최근 기사 중에 빅맥지수를 이용한 일본과 한국의 최저임금을 비교한 언론보도도 나왔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 2월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빅맥 지수’를 토대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 4000원, 빅맥 햄버거값 3300원으로 1시간 일하면 햄버거 한 개를 사먹는 정도다. 이에 비해 일본은 평균최저임금 703엔, 햄버거값 290엔으로 2개를 사먹고도 123엔이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빅맥지수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쌀값을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일본의 쌀값 중 가장 비싼 쌀은 고시히카리 쌀로 일반 시중에서 5kg에 4천4백엔에 팔린다. 1kg으로 환산하면 880엔이다.

한국의 쌀 중 가장 비싼 쌀은 철원 오대쌀과 경기 이천쌀이다. 이천쌀은 시중에 20kg 5만2천원에 판매가 되고 있다. 사실 요즘 쌀값 하락으로 대형마트에서 4만8천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1kg으로 계산하면 2600원이다.

일본의 빅맥가격은 290엔으로 고시히카리 1kg(880엔)을 팔면 빅맥을 3개를 사고도 10엔이 남는다. 반면 한국 빅맥가격은 3300원으로 경기미 1kg(2600원)을 팔면 오히려 700원이 모자란다. 자장면 한 그릇에 4000원이니 자장면도 못 사먹는다. 가장 많이 먹는 신라면 750원은 3개 사 먹고 350원이 남는다.

최근 전국 산지 쌀값은 80kg에 13만5천원선이다. 쌀 한가미 팔면 자장면 33인분을 먹을 수 있다.

사실 경기미로 빅맥지수를 따졌을 때 이 정도이니 전남이나 경남 쪽 쌀로 계산하면 더욱 처참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생산비를 계산해 순이익으로 빅맥을 사먹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쌀을 팔아야 하는지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쌀값이 생산비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년 가을에 쌀 생산비 조사를 정부도 하고 농민단체도 한다. 그러나 서로 생산비가 다르다. 토지용역비, 임금 등이 다르다.

지난해보다 비료가격, 농약가격 등 농자재 가격도 올랐고, 또한 전국적인 삽질로 농지가격도 올랐다. 그런데 지금 쌀값은 끝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가을 들녘에 노랗게 익어가는 벼를 보면서도 농민들이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안일한 대책을 내놓으며 쌀값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은 냉해 등으로 쌀이 모자라 난리가 난 뒤, 식량자급률은 농정의 첫 번째 순위가 됐다.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이 지난해에는 쌀이 부족해 폭동이 일어났다. 쌀값이 하락하고 쌀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많아지면, 과연 우리나라가 이 보다 더 싼 쌀을 먹을 수 있을까?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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