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쌀 수급 예측 못해 쌀대란 가중시켜

2007년 흉작으로 생산량 줄어 2008년 쌀값 상승
농협과 농민단체 탓하다 쌀 매입 시기 놓쳐

  • 입력 2010.07.04 23:28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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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은 한국의 쌀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이다. 2004년 쌀협상을 통해 쌀 관세화가 10년간 유예됐으며, 그해 쌀을 지탱해오던 추곡수매제가 폐지됐다. 추곡수매제도의 폐지된 첫해인 2005년은 쌀값이 폭락했고 농민들의 불안감은 증폭했다. 노무현 정부는 추곡수매제 대신 쌀 변동직불금을 도입했지만 실상은 강남의 땅부자들에게 직불금이 돌아갔다.

쌀 직불금은 목표가격의 85% 밖에 보전해주지 않아 사실상 쌀값하락은 예견돼 있었고, 정부는 쌀 개방이라는 목적 하에 이를 방치하고 있다. 2007년 10년만의 흉년이 들었고 2008년 단경기에 쌀값이 급등하기 시작해 2008년 쌀값은 좋았다. 농민들은 변동직불금을 받지 않아도 좋았다.

2005년 쌀 대란 이후 계속 하락하던 쌀값이 2008년 다시 올랐지만 수확기를 지나면서 쌀값은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단경기인 7~8월에 쌀값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는 역계절진폭이 발생했다. 농민들은 5~6월부터 쌀대란을 예고하면서 쌀값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정부는 농어업선진화를 추진하면서 쌀 조기 관세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농민들이 전국적으로 반발하고 나서자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8월 11일 농협중앙회가 10만톤의 쌀을 매입하고 정부가 손실분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격리시켰다. 

농식품부가 8월이 돼서야 10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당시 농식품부는 2009년 지속적인 쌀값 하락의 원인을 농민과 농협에게 돌리면서 쌀값 하락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농정신문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임정빈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2008년도 수확기 산지 쌀값이 높아서 농민들의 체감하는 하락폭이 높다며 “2008년에 비료값 등 생산비 상승에 따른 농업인의 요구로 2008년산 쌀값이 높았다”며 농민들의 무리한 요구로 쌀값이 일시적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2008년과 2009년에 농협 조합장 선거가 많아 조합장들이 농민들의 벼 수매가 인상요구를 쉽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8년 쌀값 상승 원인은 2007년 기록적인 흉년으로 인해 쌀 생산량이 줄었고 따라서 2008년 단경기에 가격이 상승해 그해 수확기 쌀값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농협 조합장 선거로 인해 상승폭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정부가 2008년 수확기 쌀값 상승원인을 단순히 조합장 선거로만 보고 있어 2008년 풍년으로 생산량이 늘어 단경기에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예측 못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에 이어 2009년 연이은 풍년으로 공급량은 과잉이 된 상태에서 인해 단경기 가격하락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원인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2009년 생산량이 또다시 풍작이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거나, 그렇지 않기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이는 쌀 정책이나 관리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생산의 자연적 감소나 대북지원과 같은 불확실성이 큰 변수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수확기 가격이 하락하자 올해 단경기에 쌀값이 회복될 것으로 판단해 또다시 대응이 늦었다는 분석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물량이다.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고, 또 불안요소도 작용하는데 당시 농협에서 가격인상을 한 원인도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판단 오류는 오히려 농민단체 탄압이라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당시 쌀값 대책을 요구하며 논갈아 엎기, 나락적재 투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이른바 벌어진 문건파동이다. 이 문건에서 농식품부는 쌀 수급 안정대책이 2008년 대비 크게 확대된 점, 논 갈아업기 부정적 이미지, 허구성 등을 경찰, 국정원, 청와대에 설명하고 나락적재, RPC 점거 등에 강력 대응토록 농협에 촉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농식품부는 쌀 수급을 예측하지 못하고 농민들 탓만 하면서 쌀 대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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