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바다에 갖다 버려라

  • 입력 2010.07.04 23:18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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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이 떨어졌습니다. 가뜩이나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운 쌀인데 1년 농사가 헛되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도 납니다. 농민들은 쌀값 대책을 세우라고 해도 정부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쌀값 문제에 있어 지난 2004년 이후 농림수산식품부는 농협 뒤로 숨어서 나오지 않습니다.

추곡수매제 폐지 이후 정부가 사들여야 할 쌀을 농협이 사들이고 있습니다. 농협이 정부를 대신해 240만톤을 매입합니다. 이러다 보니 매년 가을만 되면 농민들은 농협에 나락을 쌓고 농협과 싸우며 농-농 갈등을 겪습니다.

또 쌀대란 대책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인 시장격리는 이상하게 국가 예산이 아닌 농협중앙회 돈으로 합니다. 농협은 아래로는 농민조합원에게 위로는 농식품부에게 치여 가며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이 나라 온 국민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어야 하는 쌀인데, 너무나 많은 천대를 받습니다. 쌀농사 짓는 게 오히려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1970년대 묻지마 식량증산을 펼친 것도 정부인데 지금의 쌀 대란을 만든 것도 정부입니다. 근본적 대책을 찾기보다는 나이든 어르신들이 아직도 쌀농사를 짓고 있어 공급이 과잉되는 것처럼 호도합니다. 쌀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도 아닌 국민 모두의 문제이지만 어느새 쌀값은 농협과 농민만의 문제가 돼 버렸고 대형마트에서는 미끼상품으로 전락해 저가에 팔리고 있습니다.

쌀 1kg을 팔아도 전 세계 곳곳에 있다는 햄버거 회사의 햄버거를  하나도 못 사먹습니다. 일본에서는 쌀 1kg에 햄버거 2.5개를 사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싼 쌀이 비싸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2004년 이후 다시 쌀 조기 개방 이야기 나오고 있고, 미곡종합처리장(RPC)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대형마트에게 저가로 쌀을 납품해 출혈경쟁을 하고 있어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RPC의 적자는 농협의 적자로 농민에게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옵니다. 대형마트는 하루가 다르게 쌀 소매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양곡도매시장은 도매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었습니다.

이번 쌀 특집호에서는 농협 뒤로 숨어 있는 정부의 모습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농식품부가 쌀 수급을 예측해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농민들의 탓으로 돌리고 농협과 농민의 갈등을 유발시키며 자신들은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쌀을 바다에 갖다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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