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에 바란다

  • 입력 2010.06.28 08:12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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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이제 창립 49주년, 축협과 삼협과의 중앙회 통합 10주년을 맞이한다고 하니 축하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 우리나라의 농협은 근 50년만에 급속도로 외형이 커졌다. 금융·신용사업은 물론 경제사업, 공제사업, 기타사업(여행사, 주유소 등), 그리고 최근에는 보험사업 진출 예정 등 사업의 범위 또한 매우 다양해 졌다.

특히 중앙회의 신용사업이 너무 비대해 졌고 23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거대 기업집단으로 변모했다. 중앙회의 일부 사업은 지역 회원조합과의 사업과 중복되기도 하여 원성을 사기도 한다. 중앙회 산하의 농협경제연구소 소장은 기본급만 3억원에 각종 수당 등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조합원인 농민은 나날이 살아가기 힘들어지는데 농협만 비대해지고 있으니 농협직원을 위한 농협일 뿐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중앙회가 통합된 이후 세분의 회장이 모두 구속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농협은 늘 개혁의 대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유통부문에서 농협조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크다. 쌀은 약 60%가 넘고 과일 채소 등을 포함할 경우 약 절반이상의 물량이 농협조직을 통하여 유통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농협은 죽으나 사나 우리의 농업과 농민, 농촌과 함께 가야할 동반자이다.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개혁을 강조하는지 모른다.

따라서 꼭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농협에 몇 가지만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농협은 스스로 왜 개혁 대상인지를 겸허히 성찰해야 한다. 보통 개혁의 대상이 되는 주체는 자기가 왜 개혁의 대상이 되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은 남의 잘못은 티끌이라도 대들보처럼 크게 보이지만 나의 잘못은 대들보라도 내 자신이 잘 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이 밖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로 맞다고 보면 큰 무리가 없다.

그리고 당사자는 이를 수긍하는 것이 지혜롭다. 농협은 농협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데도 왜 밖에서 그 토록 개혁을 외치는지를 겸허히 수긍해야 한다. 개혁은 외부에 의한 개혁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고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한 성찰과 개혁 없이는 농협은 우리의 농민, 농촌, 농업과의 동반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반자인데 동반자가 될 수 없다면 결과는 파탄밖에 없다.

또한 지금부터라도 정부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고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에 스스로 나서기 바란다. 자본금이 부족하면 정부에게 손을 벌리는 구조로서는 어렵다.

정부의 금고역할을 하거나 툭하면 각종사업을 위하여 정부자금 지원을 요청해서도 안 된다. 정부사업이나 대행해 주고 수수료나 챙겨서도 안 되며, 농업?농촌·농민을 앞세우고 정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따내려 해도 안 된다.

최근 농협개혁을 위한 농협법 개정 과정을 지켜  보면서 농협이 정부권력과 지나치게 유착되어 있고 뭔가 뒷거래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농민 조합원을 위한다기 보다는 농협이라는 조직과 정치권력과의 야합으로 보이도록 오해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협동조합은 어디까지나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의 협동조합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조합과 중복되지 않는 사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앙회 사업을 지역조합으로 이관하기 바란다. 중앙회는 어디까지나 회원조합들의 중앙조직이기 때문에 지도 감독 교육 기능 등을 수행하는 것이 옳다.

뿐만 아니라 돈 장사만 하려 한다는 비난을 겸허히 받아 들이고 농산물 팔아주는 사업에 올인하기 바란다. 협동조합의 본질이 뒤바뀌어서는 곤란하다. 금융사업, 보험사업, 상호신용사업이 농협의 주 사업이어서는 안된다.

현재 국회에 넘겨져 있는 신경분리를 위한 농협법 개정과정에서 자본금을 경제사업에 최우선으로 배분해야 한다. 중앙회의 금융사업은 적자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농협이 이제 진정으로 우리의 농업과 농촌과 농민을 위하는 협동조합이 되기 위해서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정체성 회복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우리 농민, 농촌, 농업과 농협이 함께 동반자로서 함께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순진한 생각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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