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기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바란다

  • 입력 2010.06.28 08:08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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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자로 제5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취임한다. 6·2지방선거 결과 농촌지역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전국의 9명의 도지사 중 5명이 교체 되었다. 그뿐 아니라 상당수의 시장·군수도 교체 되었다. 지역정서가 강한 영·호남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도지사는 경기도뿐일 정도로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일반적 예상을 뒤엎는 결과이다.

특히 이번에 교체된 5개도의 경우 전통적으로 여당의 지지세가 강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야당후보가 당선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러한 선거 결과는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에서 현직 단체장들이 고배를 마신 것은 쌀값폭락, 기상대란, 구제역 등으로 위기에 몰린 농민들의 준엄한 심판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제5기 지방자치 단체장은 6·2지방선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 들여야 한다.

1994년 WTO출범 이후 우리 농업은 경쟁력 강화란 미명하에 규모화 기계화 시설화로 치달으면서 농민들의 소득이 향상되기는커녕 부채의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물가는 매년 치솟아도 농산물 가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니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대다수 농민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경영규모를 늘리고 기계와 시설에 투자를 하며 좀 더 나은 내일의 꿈을 키워 왔다. 그 결과 농사일과 빚은 늘어나고 생활은 점점 빠듯해지는 고달픈 삶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지금 농촌지역에서 가장 실속 있게 농사짓고 살아가는 농민들은 정부의 정책을 거꾸로 가는 농민들이다. 작은 규모에 투자를 최소화해 알뜰하게 농사짓는 노년층의 농민들이 실질소득을 높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다수의 농민들은 농업 정책의 실패로 인하여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때에 새로 출범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역발전과 농업회생의 획기적 대안이 절실하다.

특히나 급격한 이농현상으로 농촌지역의 공동화가 촉진되고 있는 이때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농업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그래서 농민들이 농촌지역에서 농사지으며 살 수 있는 여건을 지방자치 단체 차원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우선 우리 농업의 근간이고 농가 소득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쌀에 대하여 지자체 차원의 직불금 조례를 제정하여 농민들을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의 논농업 직불금으로 농가 소득을 보전하고 논농사를 유지하게 해, 벼농사가 다른 작목으로 전환되면서 나타나는 농산물 가격 폭락의 도미노현상을 막아야 한다.

현재 전국 각 지역의 농민단체들이 지자체 차원의 농업보호 대책으로 경영안정을 위한 조례, 밭농업 직불금 조례, 주곡성 밭작물 직불금 조례 제정 등을 주민 발의로 요구 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지금 당선된 도지사 후보들이 이러한 농민단체의 요구를 전향적 검토 또는 적극적 지지를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후보들의 약속이 취임 후 신속히 실천되어 농업회생의 단초를 만들 것이라 기대하며 농민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이번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도지사 후보들이 공통으로 내세운 공약인 친환경무상 급식문제도 올해 안에 구체적 시행 계획과 예산을 수립하여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친환경무상급식은 어린이들에게는 눈칫밥을 먹지 않게 하는 의미 뿐 아니라 학교급식을 교육의 일환으로 끌어올려 건강하고 전통적인 식생활 문화를 유지 발전시키는 의미가 적지 않다.

아울러 농업계에서는 친환경급식의 실시로 지속가능하고 자연 순환형 농업의 기반을 만드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학교급식에 지역농산물을 우선 사용함으로 국내에는 전혀 발전되지 않은 지역 내의 농산물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지역 내 농산물 유통체계의 구축은 기존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업체 중심의 유통구조에 종속되어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해 온 농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되게 생산하는 기반이 마련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농업을 살리는 일은 단순히 농민들만을 살리는 문제가 아님을 명심해야한다. 농촌을 살리고 더불어 지역을 발전시키고 아이들을 당당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길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새로 출발하는 제5기 지방자치 단체장들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번 당선자들은 다른 어느 선거보다 더욱 치열한 선거전 속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만큼 국민과의 약속을 성실히 수행하여 지역 농업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지자체장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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