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소비 공동체를 꿈꾼다”

가리실농장 권 용 식 씨

  • 입력 2010.06.14 16:07
  • 기자명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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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파는 농산물은 농약을 치고 우리 식구 먹을 것만 유기농으로 재배 하자는 나쁜 생각으로 농사짓다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가족과 같은 회원들을 모집하기 시작 했습니다.”

전남 보성군 노동면 거석리에서 유기농으로 1만 6천여평의 농사를 짓고 있는 권용식(47, 보성군농민회 회장)씨는 지난 5년 전부터 농약을 사용하는 농사를 접고 가족이 먹는 농산물을 회원들에게 공급 하고 있다. 그동안 조직된 회원들은 3백여명. 모두가 개인적인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 권용식 씨

 

감나무 과수원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쌀농사와 고구마, 참깨 등 다양한 밭농사도 병행 하고 있다. 간혹 권 씨의 밭에서 농산물이 생산 되지 않을 때에는 이웃 농민들이 생산한 좋은 농산물을 구입해서 공급한다.

체계적인 회원 관리를 위해 카페(다음카페-가리실농장)를 개설 했지만 회원들은 카페 보다는 핸드폰 문자나 전화를 더 선호해 지금은 정작 카페지기인 권 씨도 요즘은 카페에 자주 가지 않는다고.

권 씨는 밭농사 중에서도 고구마 농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고구마는 토양살충제 없이 유기질한방재배로 생산된다. 그러다보니 굼벵이 등의 공격을 받아 고구마에 흠집이 생기기도 하지만 회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권 씨는 이런 회원들에게 농산물을 보내면서 그 속에 시도 하나씩 써서 보낸다.

권 씨가 이런 농사를 짓기 시작한 계기는 경기도 광명시에서 귀농한 아주머니가 같은 마을에 정착 하면서 부터다. 아주머니가 지인들에게 생산물의 150%를 공급 하는 것을 목격 했다. 이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5년전 부터 그동안의 인연을 통해 회원을 조직해 나가기 시작 한 것이 300명에 이르고 있으며, 아무런 품목 표시도 없이 매달 10만원씩을 부쳐 오는 회원도 10여명이 된다고 한다.

권 씨도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자신의 밭이나 산,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바리바리 준비해서 택배로 보낸다. 회원들은 도시에 살면서도 시골 사람들과 똑같은 밥상을 만들 수 있어 좋다며 점점 회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권 씨는 이러한 회원들을 20명까지만 늘린다는 계획이다.

귀농한 아주머니와 함께 새로운 농사를 시작 하면서 요즘은 마을 전체가 소비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혼자서 많은 회원들을 상대로 하다 보면 자칫 관행재배로 흐를 수 있고, 마을 농민들 모두가 소비자와 한 마음으로 좋은 농산물을 생산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2년째 농민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 씨는 요즘 감꽃을 따는 게 일이다. 워낙 활동량이 많아 감이 달려도 수확을 하지 못할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권씨는 “꽃을 따는 것은 수세라도 좋게 하려는 것”이라며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만큼 내년부터는 일을 맘껏 하고 싶다”며 기대하고 있다.

부인 정현자(42)씨도 농민운동 과정에서 만났다. 대학 3학년이던 정씨가 거석리로 농활을 나온 것이 인연이 됐다. 2007년 겨울, 당시 농민회 사무국장이던 권 씨 대신 일을 하러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이들 부부의 농민운동은 중단 되지 않았다. 부인 정현자씨도 보성농민회 여성위원회와 농민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 교사로 활동 하면서 농민운동과 농사와 소비자가 하나 되는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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