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보다 사람

  • 입력 2010.06.14 15:35
  • 기자명 김원일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연구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뽕나무는 집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로서 버릴 것이 거의 없다.

예로부터 잎은 누에를 먹여 고치에서 실을 뽑아 비단 옷을 만들어 입었고, 뽕나무의 껍질은 종이를 만들고

물건을 묶고 엮는데 사용하였으며, 뿌리껍질은 상백피(桑白皮), 열매는 상심, 잎은 상엽이라 하여 한방 약재로 쓰이고, 목재는 장롱, 악기 등을 만들며, 열매인 오디는 식용과 약용, 술을 담그는데 사용하였다. 최근에는 잠사(蠶絲) 산업이 쇠퇴하면서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으며 오래된 뽕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상황버섯을 비롯하여 누에와 누에의 번데기로 만든 동충하초, 뽕잎 차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삼국시대부터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일은 농상(農桑)이라 하여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으며 신라의 박혁거세는 뽕나무 심기를 권장하여 백성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했다고 문헌에 남아 있다. 고려 시대에는 나라에서 뽕나무 심기를 많이 장려했으며 조선 시대에는 모든 백성이 의무적으로 뽕나무를 심게 하고 심지 않으면 처벌을 하기도 했다.

중종 원년에는 여러 지방에 있던 잠실을 서울에 모이게 하였는데 서울에 있는 잠실동은 그런 잠실이 있던 지역 중의 하나이며 구한말까지 세종 임금이 심었다는 400년 묵은 뽕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현대사에서도 뽕나무는 6,70년대 산업화의 밑돌을 놓은 아주 중요한 잠사(蠶絲) 산업 자원이었다.

뽕잎의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 폐와 간에 주로 작용한다. 한방에서는 풍을 없애고 열을 내리며 혈액을 맑게 하고 눈을 밝게 하는데 사용하며 10~11월에 서리가 내린 후에 따서 햇볕에 말린 것을 상상엽(霜桑葉)이라고 하여 좋은 약재로 쳤다.

뽕잎에는 식물 중에서 콩 다음으로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서 누에가 뽕잎만 먹고도 단백질 덩어리인 고치를 만들 수가 있다. 아미노산의 종류도 풍부해서 숙취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라닌’과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풍부하고, 뇌혈관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며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린’과 ‘타이론신’이 들어 있다.

또한 뽕잎에는 갖가지 미네랄이 50여종 이상 들어 있다. 대표적인 칼슘, 철분, 칼륨은 물론 중풍을 예방하고 고혈압 치료의 원료로 쓰는 루틴, 가바 등의 생체활성 성분도 다량 들어 있다. 뽕잎에는 식이섬유소가 52퍼센트 이상 들어 있는데 이 양은 녹차의 11퍼센트에 견주어 4배 이상이 많다.

이렇게 높은 영양성분 때문에 뽕나무는 옛날부터 구황식물 노릇을 톡톡히 했는데 중국 위나라의 무제는 군대가 전쟁 중에 식량이 떨어지자 마침 뽕나무밭을 발견하여 굶주림을 면했다고 하였고, 금나라 말기에 대기근이 있었을 때 뽕나무로 목숨을 연명했다고 한다. 뽕잎은 누에의 먹이였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에게도 소중한 식품이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뽕잎을 이용한 과자, 우동,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이 많이 개발되어 즐기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어린순을 따서 끓는 물에 데쳐서 나물로 먹었다. 특히 양력 5월 중하순 경 새순이 15cm 정도 되었을 때 영양성분이 가장 풍부하다고 밝혀졌으니 이때 생잎 쌈으로 즐기거나 살짝 데쳐서 차곡차곡 쌓아 비닐에 넣어 냉동실에 두고두고 먹는 것도 좋겠다.

그밖에 묵나물이나 장아찌를 만들어서 1년 내내 밑반찬으로 즐길 수가 있으며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말려 두었다가 가루로 내어 곡식가루와 섞어 먹거나 말려서 차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

세상은 항상 변화한다. 지난날 누에나 먹던 뽕잎을 이제는 사람이 건강식품으로 찾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번에 지방선거를 겪으며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한 정치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직 권력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뽕잎 칼국수라도 먹고 눈을 밝히기를 권한다.

 글_김원일 연구원(약선식생활연구센터)
   http://blog.daum.net/yacksun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