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정책 이전에 축산현장을 익혀야

  • 입력 2010.06.07 15:01
  • 기자명 심장선 서울우유 포천 축산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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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뉴스거리가 되었던 포천의 구제역이 종식되고 모든 아픔과 슬픔을 접고 삶의 재개를 위해 입식이

▲ 심장선 서울우유 포천 축산계장

시작되었다.  그 동안의 많은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 헤어 나와 입식을 시작하였다. 구제역이 발생하고 종식선언이 되기까지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2년 전 포천 시에서 구제역 발생 상황을 가상하여 대응 방안을 훈련한 적이 있었다. 진입로를 막고 소독하며 모형 소를 살 처분하여 축사 옆에 매몰하는 것까지 거의 실제 상황처럼 이루어졌다. 그 당시만 해도 그 누구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설마 이런 일이 내 목장에서 일어나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농장에서 실제 상황이 일어났다. 수의사 진료 때문에 왕진한 것이 예방적 살 처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구제역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할 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리라.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뒤 돌아보면서 이제는 처음부터 다시 모든 것을 재정비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외국으로부터 유입이 되었다면 검역 당국은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 시스템이 갖추어 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초기에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도록 모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또한 축산농가들 스스로가 방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장소독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습관을 갖고 외출 시에는 집에 와서 신발은 물론 몸까지 스프레이를 사용하여 소독하고 농장출입을 하는 생활을 일상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고 지나면 모든 것이 잊혀 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시 구제역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할 때에는 상대편을 더 잘 아는 자가 승리할 수 있다. 상대방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정부는 낙농가들의 형편과 상황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의문이 간다. 낙농 선진국에 비해 열약하기 한이 없는 축산의 현실 속에 농가들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저마다의 꿈과 자부심을 갖고 축산을 이끌어 가고 있다.
앞으로의 강대국과의 FTA라는 자유무역 협상 아래 그저 묵묵히 말없이 축산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부의 정책에 힘없이 밀려가고만 있는 것이다. 낙농가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의 비전이 불투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살 처분 농가의 정부 고시안을 정해 놓았다. 농협중앙회에 경락가격에 비례하여 고시하였다고 한다. 젖소는 어린아이 키우듯이 24개월에서 26개월 키워서 우유를 생산하게 된다. 우유를 생산하기까지의 투자비용을 정부는 아는가?

또한 기준을 보면 3산에서부터 보상가격이 내려간다. 그것도 20%나 자식 돌보듯이 키워서 우유를 생산하는 소를 조기에 도태하면 많은 노력과 투자한 것을 잃게 된다.  그래서 소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최선의 방법을 동원해서 사육하고 있다. 왜냐하면 젖소는 2산부터 우유생산량이 3산 4산에서의 유량이 최고치에 달하고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우유생산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산 차가 높다고 보상이 적다니 이것이 말이 되는가? 내 집에서의 소가 3산이든 6산 7산이든 내게 수입을 줘서 사육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생산성이 적으면 도태하는 것이 목장의 경영이다. 이 기준을 마련한 사람이 누구인지 의문스럽다.
또한 젖소 개량부에 가면 성년형 유량이라고 해서 개체별로 우유를 생산한 것을 기록한 것이 있다. 이것을 참고 하였더라면 이 기준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젖소는 다른 축종과는 다르다. 우유를 생산하기 위하여 사육한다. 그래서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하여 개량을 한다. 그 기간이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 걸린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초유 떼기 한 마리가 7만원에서 10만원이란 것도 납득이 안 갈 것이다. 왜냐하면 정액하나에 5만원에서 10만원하고 시술료 또한 따로 들어가야 한다.

살 처분하여 목장의 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재기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과 세월이 필요하다.  농가들은 살 처분당시의 아픔을 잊었다. 고통도 뒤로 했다. 왜 터무니없는 보상가격에 매달리다 보니 정신적인 것과 농장의 기반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하기야 정신적인 피해를 요구해도 들어 주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는 변화해야 된다고 본다. 정부는 지금 부터라도 낙농가와 머리를 맞대고 낙농가들의 고충과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여 그에 적용하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과감하게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개선해야 될 것은 개선해서 낙농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낙농가와 함께 현장에서 뛰며 체험하여 현실에 와 닿는 정책을 펴야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선생이 되어 학생을 가르치려면 선생은 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해야 된다. 낙농 역시 낙농가 보다 정부는 더 많은 지식을 알아야 앞으로의 낙농을 이끌 것이 아닌가?

그러면 앞으로의 보상기준 또한 당연히 달라지리라 본다. 낙농가보다 더 현실을 잘 아니까 보상 역시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낙농가 역시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자연히 정부를 믿고 따를 것이다.
정부가 살처분하라면 이의 없이 순종할 수 있도록 믿음과 신뢰의 정책을 시행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낙농사업도 정부를 믿고 따르며 낙농 선진국과 같이 대열에 서며 국민을 위해 제2의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낙농업에 종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이제 정부도 보상기준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한 살 처분 농가들을 위해서 다시 재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뜻을 함께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 것이다. 젖소를 개월 수 대로 사육비용을 파악하고 생산성을 파악하여 현재의 실정에 맞는 조사가 이루어 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다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방역당국과 농가들 사이의 이견이 없이 정부의 정책에 순순히 응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살 처분 농가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지극히 작은 일이라도 도와 모두가 함께 낙농업을 이끌어 갔으면 한다.
우리는 한 가족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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