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예산

  • 입력 2010.06.07 09:50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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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 진입로가 미처 포장이 되지 않아 이번 봄비에 고역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이장님께 반드시 포장을 해주도록 면사무소에 요청하시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4대강 사업으로 예산을 뽑아가니 말단공무원들은 죽을 맛이라고 한단다.

이장님은 오히려 내게 시에 압력행사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몇 푼 안되는 예산도 여유가 없어 마을소로 포장도 할 수가 없다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지방 재정이 이러니 국가재정이야 오죽하랴. 이런 저런 예산이 4대강으로 쏠려가고 정작 필요한 부분의 예산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농업 3재로 흉흉한 농민들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내년도 예산으로 15조1284억원을 신청했으나 13조 8330억원으로 조정되었다고 한다. 정책의 밑바탕은 예산으로부터 그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MB정부의 관료들은 농업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부안을 마련한 것이다. 농업회생예산으론 과부족일 예산을 무자르듯 삭감하고 그 재원은 어디로 보내는 것일까?

이번 구제역사태를 바라보면서 농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치 못하다는 모습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예산의 확보와 투입이 적절하지도 긴급하지도 못한 것을 보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구제역의 발생이 집단사육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말하지 않겠다. 다만 이미 발생한 구제역을 신속히 매몰처리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감염을 막으려 한다면 농가의 막대한 물적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는 것뿐이다.

피해 보상이 농가피해에 근접하지 못한다면 어느 농가가 자기 분신과도 같은 가축을 매몰할 것인가. 쿼터만 팔아도 먹고산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확실한 보상을 통해 농가의 재기를 도와야한다.

그것만이 농가 스스로 구제역 발생이 확산되지 않도록 신속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동기유발을 부여받는 것이다. 바로 이런 곳에 예산이 확실히 담보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예산을 줄이고 있으니 농민들만 죽게 되는 것이다.

농경연은 올해 농가교역지수를 발표했다. 작년보다 4.3%더 악화된 85.3이라고 한다. 즉 교역지수가 100을 넘어서야 저축도하고 땅도 늘리고 새로운 농기계도 사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농가교역지수가 100을 넘긴 때가없다.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을 뿐이다.

농업을 지속적으로 개발 가능하도록 하려면 충분한 예산확보는 필수조건이다. 농가교역지수가 100을 상회해야만 농가는 부채를 지지않고 재생산이 가능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농업의 미래가 담보되고 농촌으로 시집가고 농사를 지을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모른다는 것인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선진국들이 WTO체제 하에서도 허용보조금(Green Box)을 늘려가는 이유를 우리정부만 모르고 있단 말인가.

 글_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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