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친환경농사꾼 김 주 연 씨

무비료, 무농약…농장 이름도 없어

  • 입력 2010.05.31 08:46
  • 기자명 박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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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 고부면 고부마을 46번지 김주연(50, 정읍시농민회 부회장)씨 농장. 오디와 매실이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애초부터 농장 이름은 없었다. 앞으로도 농장 이름 같은 것은 없을 것이란다.

5월 말이면 수확해 야 할 오디가 6월 10일 경에나 가야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김씨는 말한다. 이상기온으로 냉해와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균핵병에 걸린 오디 나무에는 군데군데 꽃매미까지 달려 있다.

무농약, 무비료로 재배를 하고 있지만 친환경 인증은 없다. 친환경인증을 받아 정부 보조금도 받으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하면 어떠냐는 질문에 “그런 거 안한다”며 단호하다. 농장 이름도 없고, 친환경 인증도 없고, 비료와 농약도 없는 게 김주연씨 농장의 특징이다.

1987년 대학 졸업 후 농민운동과 함께 농사를 시작한 김주연씨. 그동안 전북도연맹 사무처장 등을 역임 하며 활동을 하다 보니 50줄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내 땅 한 평 마련하지 못했지만 걱정 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농사짓고, 농민운동 하면서 중간에 경제적으로 힘들 때는 막노동으로 벌어 쓰면 된단다.

농사를 짓다가 경제적인 문제와 현실 때문에 힘들어서 포기하거나 다른 길로 갈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단다.

여대를 졸업한 후 함께 농사를 시작한 부인 나영숙 씨도 전여농 전북연합 사무처장을 역임 하는 등 농민운동 한 복판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남들처럼 돈을 만들 겨를이 없었다.

얼마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도 대학에 가지 않았다고. 부모님처럼 올바른 삶을 살고 싶다며 흙집 짓는 일을 배우고 친환경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인생을 배워 가고 있다. 그런 아들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는다. 아들이 선택한 인생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오디 농사를 시작한 배경에 대한 물음에도 오디가 심어진 밭이 도지가 나와서 시작 했다는 것. 매실농사를 시작한 계기도 마찬가지 이유다.

갈수록 규모화 되어 가는 농업의 현실 속에서 구조조정으로 소농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김 씨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단다.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 이다.

이러한 생활 방식에 대한 물음에 김씨는 “농민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농민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신자유주의 농업말살 정책 속에서 농민운동을 하기 위한 가장 경쟁력 있는 농사형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막힘이 없는 삶을 살 때만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 한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막힌 구조 속에 편입 돼서는 자유가 억압돼 아무런 힘을 내지 못한다면서 억압된 삶으로부터 자유로울 때만이 막힘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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