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쇼라구요?

  • 입력 2010.05.31 08:40
  • 기자명 한도숙 고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0년대로 기억된다. 시인 김건일은 그의 작품 국도변 농민이란 시를 통해 우리나라 농업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시 시인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던 터라 농업관련 행정들의 속없음을 알아차리곤 가슴속에 울화를 녹여 희극적으로 풀어냈다.

국도변 농민들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 논에는 수입이 없다면서/ 도시공장에 품팔이 나가/ 빈 들에 면서기들이/ 모를 심고 농약을 치고 벼를 익힌다/ 애멸구들이/ 벼를 새카맣게 갉아먹어 버리면/ 고마운 면서기 아저씨들이/ 파아랑 팽키로 벼들을 칠해서/ 벼들이 파랗게 살아나게 한다/ 가을 되면/ 나락도 배어주고 타작도 해주고/ 겨울이면/ 객토작업까지 면서기 아저씨들이/ 좆나게 해준다.(국도변 농민 전문)

시인의 눈에 농사란 것이 삶을 지탱하고 보호하는 것이 못되게 되었는데 정책당국은 농사를 살려내려고 하기보다는 억지춘향이 놀음으로 쇼맨쉽 정책만을 하는데 부아가 치밀었던 것일 게다. 그래서 그의 분노는 점잖치 못한 언어를 사용하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 낸 것이다.

쇼맨쉽의 압권은 이명박 정권 들어서다. 작년 대통령은 자못 무거운 어조로 농협을 개혁해서 농민에게 돌려주겠노라고 했다. 그런데 농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만들어낸 합의안은 어디가고 금융기관으로 변신하려다 국회에 발목이 잡히고 말지 않았는가.

또 선진화위원회를 한답시고 농민들과 거버넌스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대화를 하자 해놓고 정부 말 안 들으면 국물도 없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또 무엇인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여주기, 생색내기 정책들이 농심을 멍들게 했다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우리농업이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진단 내려진 것이 80년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때부터 농민들은 빗쟁이가 됐으며 이농의 대열로 휩쓸렸고 우리의 밥상은 외국농산물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만든 것은 정부의 정책이다.

핸드폰 팔아서 쌀 사먹으면 된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니 농업은 그저 소리 없는 죽음(그것을 연착륙이라고 한다지)으로 정리해야하는 것쯤으로 취급했다. 국민들이 농업을 소홀히 하고 무시, 천대하게 된 내력이 이렇다.

거기엔 농식품부의 수장에서부터 간부들 까지 개념도 철학도 없이 자기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구태의연함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젠 귀찮으니 문전축객은 예사가 돼 버렸고.

얼마 전 농민단체장들이 장관 면담을 하러갔다가 개념 없는 관리에게 쇼를 멈추고 돌아가라는 막말을 들었다고 했다. 누가 쇼를 하고 있는가. 3재에 시달리고 있는 농민들을 대표해서 장관을 만나러간 사람들에게 도에 넘치는 축객도 모자라 덤터기 까지 씌우려 드는 것을 보니 갈데까지 간 것 같다.

김건일의 시가 아니더라도 농민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농식품부의 쇼와 그 수장의 쇼맨쉽을. 7천만 민족의 농업이 350만 농민들이 그 쇼에 시들어 간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