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조기개방의 속내

  • 입력 2010.05.23 20:15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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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집은 초가삼간이었다. 방문을 열면 바로 앞마당이 목화밭이었다. 그 목화밭이 어느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도 더 이상 목화를 심지 않았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 밀밭을 지나면 개구쟁이들은 깜부기를 따고, 노릿하게 익어가는 밀 모가지를 끊어 손바닥으로 비벼 까끄라기를 불고 입에 털어 넣고 한참 씹으면, 마치 껌처럼 질겅거리는 것이 보드랍게 입안에 맴돌았다.

그 밀밭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 대표적인 농산물이 왜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되었는가. 면화와 밀을 100%가까이 다국적기업의 횡포를 무릅쓰고 수입해 먹고 있는가.

기어이 쌀을 버리게 되는 것인가. 정부 그리고 정부출연기관, 연구소 그리고 일부농민단체가 쌀 관세화 개방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아니 일부농민단체는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는 단순한 계산이다. 쌀을 관세화 하면 당장 1천3백여 억 원을 절감할 수 있고 그것을 농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다. 그러나 이 논리는 쌀을 개방하기위한 논리로 개발 한 것으로 잘못 물리면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을 자본화 시장화로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증거를 대라고 하지만, 정부나 연구소들의 논리는 농업의 시장화와 자본화로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 소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쟁력이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어야 한다는 논리 외엔 아무것도 없다.

결국은 지금까지의 농업방식은 접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제 새로운 “저들만의 패러다임”으로 농식품복합체를 만들어 자본의 이익을 위해 농민들을 사지로 내몰려 하는 것이다. 우리농업은 시들대로 시들어서 지금 물을 대지 않으면 바싹 말라버려 수확을 기대하기 힘든 논과 같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딴죽을 부리고 있다. 동, 냉해 피해의 조사와 대책 그리고 때마다 발생하는 구제역에 조류독감의 문제해결, 천덕꾸러기가 되어 헐값에 매장을 뒹굴고 있는 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전무한데 마치 쌀관세화 개방이 되면 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몰아가는 후안무치의 정책놀음 을 하고 있지 않나.

결국은 농업과 농민에 대한 정책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책의지의 문제가 아닌가. 이렇게 판을 만들어 가는 것은 누가 봐도 우리농업을 위해서거나 우리농민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본과 투자자들에게 농업을 내어주자는 속내가 깔려있는 것이다.

원래 농사는 장 값이 모자라는 것이다. 농사가 장사로 전환하는 순간 생명의 먹을거리는 장사꾼의 잇속을 채우는 죽음의 노예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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