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농사 아닌 먹는 농사짓는 그날은 올까

  • 입력 2010.05.17 13:44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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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지나다 보면 삼삼오오 동네 어른들이 부뚜막에 모여앉아 놀고 계신다. 이맘때 쯤에 절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예년 같으면 자두 적과(열매속기)를 한다고 동네가 적막할 정도로 사람을 찾아 볼 수가 없는 시기이다. 우리 동네에서 마늘 캐기 다음으로 바쁜 때가 자두 적과 할 때인데, 사람들은 처음 닥친 이 한가로움을 어쩌지 못해 모여서 한숨으로 서로의 넋두리를 들어 주신다.

“올 같은 해는 내 70평생에 첨 봐!!! 우째 자두 꽃이 피고도 눈이 두 번이나 오끼네. 자두가 무신 힘으로 열매를 맺노. 그래놓고도 열매 맺을라 하면 서리가 아침마다 오니….”

▲ 황정미 경북 의성군

농사 경험이 짧은 나는 그래도 눈 속에서도 자두꽃이 반발할 때 희망을 잃지 않았다. 자두꽃이 저리 많이 왔는데, 그래도 씨 할 것은 맺히겠지….

그러나 그 자두는 자두 구실을 할 수 없었다. 얼마 못가 을어지고 말았다. 개중에서 콩알만하니 굵은 것은 그래도 생명을 유지하며 달려는 있다. 지금 정상적으로 컸다면 대추알만은 해야 되는 시기다. 그런데 콩알 만 하니, 동네 어르신들의 가슴이 어떻겠는가?

콩알 만한 자두 보는 농민 심정

우리 동네는 마늘, 자두가 주 종목이다. 마늘농사는 연세드신 어른들에게는 너무 힘든 농사라 차츰 줄이고 자두에 비중을 많이 두는 편이다. 자두는 크게 놉을 안 하고도 살살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혼자되신 어른신들도 자두농사는 손을 놓지 않으신다.

어르신들은 그래도 좀 낫다. 작년에 자두 값 좋아 조금은 저축을 해 놓으신 것이 있기도 한 것 같으니 말이다. 우리 같은 젊은 농가는 절단이 난다.

한해 농사 자두나무에 다 매달려 있는데, 그놈의 자두가 한 나무에 30상자는 능히 따내야 하는데 한 두 상자도 못 딸것 같으니 이 청천벽력 같은 일이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당장 먹고 살아야 할 생활비부터 막막하다. 그래도 바쁠 때가 제일 호시절이라고 자두 따서 공판장에 팔아 술도 한잔하고, 가족들끼리 동네 다리 밑에서 돼지고기도 구워먹었는데 그 시간을 뭘 하면서 보낼지….

이렇게 한해 농사를 접고 나면 3년은 그 여파가 간다. 그러니깐 3년 동안은 조린 허리를 더 악다구니를 써서 조여 잡아야 한다.

일찍부터 면에서는 자두서리피해 조사를 해 갔다. 복잡하게도 지번, 평수 다 알아오라며 동장이 방송을 하며 떠들어 됐는데, 그리곤 감감 무소식이다.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언제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상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료 몇 포대 아니면 자두상자 값 몇 백원 보조정도겠지. 이상기후가 잦다 보니 요즘은 농작물보험도 참 여러 가지다. 그런데 보험이라는 것이 사람 몸보다 더 변화무상한 것이 날씨고 보니, 농작물보험도 잘도 피해간다. 농작물보험이라고 넣어 놓아봐야 보상은 너무나 먼 당신이다.

보상과는 너무나 먼 농작물 보험

딸 셋에 어른들 모시는 남편친구 윤태씨. 거의 자두가 전 농사인 윤태씨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목뼈가 아프고, 허리가 돌아가도 자두 많이 달려 적과 할 때가 행복하다고. 자두 따내고 작업하느라 밤잠 못자고 허리 굽 신을 못해도 그럴 때가 좋았단다. 그래도 윤태씨는 웃는다. 
“여름에 할 일 없으면 저 갱빈(냇가)에 가서 꼴부리(다슬기) 주워 팔면 안 되나!
“시원하고 얼매나 좋노” 나도 의성장에 가서 생활비 대비를 한다. 오이, 토마토, 양배추모종을 사서 예년보다 많이 심어놓았다.

돈 되는 농사는 이미 어쩔 수 없으니 먹는 농사라도 제대로 지어봐야겠다. 돈 되는 농사에 밀려 먹는 농사는 항상 뒷전이었다. 그냥 사먹지 뭐. 바쁜데. 체념했다.
하지만 이렇게 먹는 농사 제대로 지으면서 농사짓고 싶다. 언제쯤 그런 여유가 나에게 올는지. 나는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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