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 사촌 잔대

  • 입력 2010.05.17 12:55
  • 기자명 강미숙 연구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모든 산야에 널리 자라서일까. 우리나라에 널린 잔대만 해도 40여종이나 된다. 흔하게 피어 혹은 우스운 소리로 잠만 자다(또 잔대?) 피는 식물이라 그런지 수명도 길다. 잔대는 산삼처럼 생육조건이 안 좋으면 싹을 내지 않고 땅속에서 휴면을 취하다가 조건이 맞으면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간혹 산삼처럼 수백 년 묵은 잔대가 발견되기도 한다.

잔대의 뿌리는 한방에서 남사삼(南沙蔘) 또는 사삼(沙蔘)이라 부르며 특히 더덕과 구별이 어려운데, 줄기가 곧게 자라면 잔대요, 덩굴 생장을 하며 잎에서도 강한 냄새가 풍기면 더덕이다. 하지만, 잔대와 더덕은 구별 없이 써도 좋을 만큼 성미, 효능이 거의 비슷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덕을 사삼으로 알고 썼을 정도로 사촌지간이다.

이들 뿌리식물들의 한방 이름을 분명히 구별 짓자면 잔대는 사삼이라 하고 더덕은 양유음(羊乳陰) 또는 산해라(山海螺)라 하며 도라지는 길경(桔梗)이라 하고 모싯대의 뿌리는 제니라고 부른다. 특히 제니는 멧돼지가 독화살에 맞으면 제니를 파먹고 스스로 해독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약물 중독을 해독하는 능력이 탁월한데[解百藥毒] 이를 잔대의 효능으로 혼동해서는 안 되겠다.

▲ 잔대

 

예로부터 ‘폐한(肺寒)자는 인삼을 쓰고 폐열(肺熱)자는 사삼을 대신 쓰라’고 할 정도로 잔대는 인삼, 현삼, 단삼, 고삼과 함께 다섯 가지 삼의 하나로 꼽혀왔으며 인삼과 달리 산길에서도 만날 수 있는 눈에 잘 띄는 보약이라 하겠다.

잔대는 도라지와는 달리 그냥 생으로 씹어 먹어도 입안에서 아리지 않고 맛이 달기 때문에 시골에서 배고픈 시절 구황식물로 많이 먹었다.

이른 봄에 만나는 어린 싹과 뿌리는 맛이 달고 부드러울 뿐 아니라 칼슘과 비타민A와 C가 풍부해 나물, 장아찌, 구이, 튀김, 부침 등으로 조리하여 먹었고 더덕처럼 양념을 해서 구워 반찬으로 먹기도 했다.

잔대의 성질은 달[甘]고 약간 서늘[凉]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잔대가 중기와 폐를 보하는 약으로 고름을 빼고 부은 것을 내리게 하여 해독 작용을 하니 나물채로 먹어도 좋다고 하였다. 잔대를 캐어 잘게 썰어 말려두었다가 폐에 열이나 기침이 날 때에 물에 달여 먹거나 집안 어르신들의 가래에도 맥문동과 배합하여 보리차처럼 끓여 마셔도 좋다.

이슬이 보일 때에도 가루 내어 미음에 타서 먹는다. 오래전부터 허리 아플 때 늙은 호박에 잔대와 북어 두어 마리를 넣어 푹 고아 먹었고 체했을 때도 잔대 삶은 물을 마셨던 민간요법도 있다.

사포닌 성분이 많은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먹고 잠시 기다려(?) 제법 굵은 뿌리라도 캐면 인삼정과 대신 사삼정과를 만들어 놓고 먹어도 좋다. 껍질을 벗기고 돌기부분을 깨끗이 손질한 다음 하루 정도 꾸들꾸들하게 말려 끓는 물에 10분정도 삶은 후 삶은 물을 반쯤 따라내고 물엿을 부어 약한 불에서 30분 정도 조린 후 물엿이 차갑게 식으면 다시 30분 정도 더 조리는 작업을 반복하면 된다.

조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엿물에 설탕 1컵을 첨가하여 조리면 된다.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은 날, 뿌리의 새하얀 속살을 잘게 찢어 고춧가루와 설탕, 식초를 넣어 무친 후 차돌박이를 구워 그 위에 얹어먹으면 별미중의 별미가 따로 없다. 3년이 지난 잔대를 만나면 술을 담가도 좋다.

꽃피어 눈을 즐겁게 하고 그 뿌리로 든든한 약초의 기량을 다하는 잔대가 산과 들에서 우리를 언제나 반기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오늘은 잔대로 상큼 달콤한 식탁을 꾸며보자.

강미숙  (사)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연구위원 

yacksun@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