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2]과수, 4월 냉해 피해 추가 발생

“농사 30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

  • 입력 2010.05.03 15:01
  • 기자명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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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경남 6,283ha, 전국 최대 피해면적 발생

진주 대곡 딸기 작목반 수출도 포기

경남도는 6,283ha의 피해를 입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김해시는 1,400ha, 진주시는 1,380ha에서 일조량부족으로 작물 피해가 발생해 두 지역의 피해만해도 웬만한 도의 피해보다 크다.

경남 진주시 대곡면에서 1,300여평의 딸기농사를 하고 있는 김환수(65, 대곡수출딸기작목반 감사, 진주시농민회 대곡면 지회장)씨도 일조부족으로 인한 피해의 한 복판에서 맘고생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 정식해서 12월 초부터 수확을 시작한 김 씨는 올 6월까지 수확할 예정 이었으나 4월 이후에도 계속된 일조부족과 한파로 딸기의 수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자 예정보다 2개월 앞당겨 4월 말에 수확을 마친 상태다.

그래도 김 씨의 경우는 상태가 좋은 편이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벌써부터 수확을 포기 하고 타 작물로 대체한 농민들도 있고, 전망이 보이지 않자 하우스에 물을 가두어 놓은 채 놀리고 있는 농가들도 많다.

지난 12월부터 4월까지 5개월간의 딸기 수확기 동안 김 씨는 엄청난 소득 손실을 보았다. 일조 부족으로 꽃도 제대로 피지 못하고, 해가 뜨지 않아 환기를 하지 못하면서 바람을 이용한 수분도 제대로 진행 되지 못했다. 또한 달린 딸기도 대부분이 기형과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도도 뚝 떨어지면서 수출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일은 계속 해야만 했다. 수세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기형과를 따 내야만 했고, 공중습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 곰팡이 딸기에까지 달라붙으면서 계속해서 방제작업도 해야만 했다. 친환경으로 딸기 재배를 하다 보니 방제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농자재 값이 오르면서 김씨 2중 3중으로 맘고생을 해야만 했다.

상품성의 저하로 인한 가격 하락에 떨어진 환율도 김 씨를 압박 했다. 지난해 최고 1,550원까지 하던 달러가 최근 1,100원대로 떨어진 것.

김 씨는 열매를 제대로 달지 못해 영양생장으로 치우치면서 줄기만 무성한 것과 관련 “뭣 모르는 사람들이 딸기가 이렇게 잘 됐는데 왜 수확을 포기 하냐고 물을 때가 제일 속상하다”고 말한다. 김씨는 “조만간 딸기밭을 로터리 친 후 배추라도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

#전북

김제시 시설재배 면적의 95% 피해입어

복분자 냉해로 고창지역 쑥대밭

전북은 복분자 피해가 컸던 고창군이 909.8ha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순창군이 365.6ha, 정읍시가 349.3ha, 익산시가 263.1ha로 피해규모가 매우 크다. 특히 김제시는 피해규모가 162.9ha로 전체면적 171.1ha의 95.2%가 피해를 입어 전멸하다시피 했다.

수박이 85.4ha에서 피해가 났으며, 복분자도 1.651ha, 시설감자 등이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오이, 상추도 피해가 커 전북지역은 전국적으로 피해가 가장 막심하다.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서 1.98ha(6천평) 규모의 복분자 농사를 10년 째 짓고 있는 고재원 농민은 지난해 겨울부터 복분자 나무가 시름시름 앓더니 올해 봄의 습해, 냉해피해로 결국 나무가 죽어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서 10년동안 복분자 농사를 지은 고재원 농민. 그가 냉해로 모조리 죽어버린 복분자 나무를 보며 씁쓸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복분자 나무 아래로 불을 지르려던 흔적이 보인다.

 

고 씨에 따르면 복분자는 고창지역에서 고소득 작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품목이다. 이렇게 고소득 작물이니 지자체에서도 농협에서도 재배를 권했고 너도나도 작목을 전환해 지금은 고창군 지역 경제의 든든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 고창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전년대비 약 30% 정도 수준을 수확하면 잘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주변 농가들은 복분자를 갈아엎었고 땅콩, 콩 등으로 작목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 씨의 걱정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수확을 마치고 나니 비가 많이 내려 습해를 일으키고, 8월~10월까지는 가물어서 뿌리가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한파가 몰아쳤으며, 3~4월에는 잦은 비와 냉해로 인해 나무가 폭삭 죽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고 씨의 복분자는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지난해에 추가로 복분자를 심었기 때문에 올해 수확할 양은 있다는 것.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마저도 못했기 때문에 올해 복분자 농사는 접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고창군 성내면 전체에서 복분자를 250톤 정도 수확했지만, 올해는 약 30톤 정도 수확하면 많이 하는 것이라고 생산량 감소를 확신했다.

전북 고창군 흥덕면에서 1천8백평의 시설 하우스에 수박 농사를 짓는 김명철 농민은 지난 4월 20일 일조량 부족으로 수박 모를 다시 심었다.

김 씨도 인근지역의 농민들처럼 수정이 되지 않아 꽃이 피지 않는 수박 묘에 영양제와 약을 뿌려 봤지만 무심한 하늘은 도와주지 않고 이틀에 한번 햇빛을 보여주곤 했단다. 김 씨는 결국 수정이 이뤄지지 않아 묘를 다 뽑아내고 다시 정식했다.

다시 심는 비용으로 총 2백여만원이 들어갔다. 다시 심기위해 모종도, 사람도 사야 했기 때문이란다. 결국 2백만원을 밑지고 시작하지만 앞으로도 수확은 불투명 하다.

김 씨는 “앞으로 날씨가 관건이다. 5월 초·중반까지 이런 날씨가 지속된다고 하는데 수정이나 제대로 될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결국은 어찌됐던 간에 수확은 하긴 하겠지만 날씨가 계속 이래서 결국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며 “더 문제는 나중에 노지 수박과 하우스 수박의 출하시기가 겹쳐 가격 폭락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

일조량 부족 착과불량 곰팡이병 등 발생
“생육지연으로 생산량 50% 감소”

일조량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에서도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는 224ha에서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중 제주시가 201ha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서귀포시는 23ha의 피해가 생겼다. 피해농가수는 272농가로 한경면이 113ha로 가장 많았고 한림읍이 60ha로 그 다음으로 피해가 컸다.

전농 제주도연맹(의장 김장택)은 지난달 15일 도민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피해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대책수립을 요구했다.

도연맹은 “엘니뇨 모도키의 영향으로 잦은 비가 내려 1/4분기 제주지역 강수량이 평년보다 29.2~134.6mm 많았으며, 일조시간은 지역에 따라 47.6~93.3시간이 적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이상기후는 제주 서부지역의 주작목인 조생양파에 습해와 각종 병해, 비대기의 광합성 부족에 따른 생육지연으로 생산량이 50%이상 감소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면서 “철저한 피해조사와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수립하고 농어업재해보상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토마토, 딸기 등 시설재배 농가들은 비싼 기름값과 이상기후에 따른 착과불량, 기형과 등 불량과 발생 및 곰팡이병 등의 발생으로 수확이 대폭 줄었으며, 조생마늘, 조생감자, 키위, 시설감귤 등도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가 큰 상황 이지만 현행 농작물 재해보험은 대상품목이 제한적이고 농가들이 부담이 높기 때문에 가입률이 낮다”면서 “시혜적인 지원이 아닌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농어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 했다.

#전남

장흥 표고버섯도 일조량 부족 피해입어
저온으로 국화 생산량 50% 감소

전남의 총 피해면적은 1,611ha이고 딸기, 오이, 토마토, 방울토마토 피해가 컸다.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표고버섯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나주시에서는 미나리 재배농가들이 피해를 많이 입었다.

전남에서는 나주시가 289ha로 피해가 가장 컸으며, 광양시 177.6ha, 담양군 171.7ha, 보성군 134ha, 순천시 127.8ha 순으로 피해가 많았다.

장흥군에서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 백종래 농민은 “장흥지역 주산물인 표고버섯이 기상재해로 생산량과 가격이 낙동강 오리알 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가뭄이 들어서 물을 뿌려가며 재배를 했지만, 올해는 습해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표고버섯 생산량 가운데 A, B등급이 전체 70~80% 차지했지만, 올해는 C등급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가물어도 추워서 얼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습한데다가 비가 오고 나서 기온이 떨어지니까 표고가 얼어버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흥 전체지역에서 표고버섯으로 예상되는 피해 금액을 약 20억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장흥지역은 전국 건표고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바꿔 말하면 장흥에서 생산이 안 되면 다른 지역에서 보충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라며 “이렇게 생산량이 줄어든 게 표가 난다. 예년과 같은 4월 중순이면 400kg은 생산해야 하지만, 올해는 230~240kg 밖에 수확을 못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그가 제시한 정남진 장흥농협 유치표고버섯공판장의 2010년 3차 표고버섯 입찰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4월 14일 기준 장흥지역 전체 표고버섯 누적 출하량은 5만4천6백44kg으로 이는 전년 동기 7만8천2백14kg보다 69.8%가 감소(2만3천5백70kg)한 물량이다.

이 지역에서 국화 농사를 짓는 김동현 농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0.3ha(1천여평)의 국화 농사를 짓는 김 씨는 수확물량이 50% 줄었다고 입을 뗐다.

그는 “겨울철 날씨가 추워서 기름을 많이 사용해 생산비가 증가했다. 이 외에도 봄에 날씨가 습하고 냉해서 병해충,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자 이를 잡기위해 약을 썼다”라면서 “또 국화 같은 경우에 날씨가 춥고 햇볕이 나지 않으니까 꽃이 피지 않아 수확도 늦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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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가축도 힘들다
면역력 저하...호흡기질병 늘어
예년에는 필요 없던 난방기 가동까지

겨울 같은 봄 날씨에 감기 환자가 병원마다 끊이지 않는 가운데 축산농가들도 건강한 가축 관리에 비상이다.

육계 ‘난방비 부담’ = 충북 영동에서 육계농장을 경영하는 이수호 씨는 “닭들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바이러스성 질병이 우려돼 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며 “예년 같으면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인데, 요즘은 안 할 수 없다. 난방비만 2배가 더 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잦은 비와 낮은 기온으로 깔짚 사용량도 늘어 생산비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충남 부여의 이 모씨에 따르면 “예상치 못한 추위로 닭이 폐사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며 “겨울철 혹한으로 병아리의 품질도 떨어져 농가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돼지 ‘성장 지연’ = 일부 양돈장에서 성장이 지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충남 아산지역에서 양돈농장을 운영하는 장명진 씨는 “잦은 비로 축사가 습도가 높아지면 병이 발생하기 쉽다. 예년에 비해 새끼돼지 폐사율이 증가했다”며 “사료효율도 떨어지고 성장지연 증세도 있다. 날씨가 추우니까 난방비도 많이 들고, 소독도 자주 하다 보니 인력도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축산업의 경우 이상기온에 따른 피해가 농작물처럼 일시에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장 씨는 “성장지연에 따른 피해, 생산비의 추가에 따른 부담 등이 한 번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축산물은 출하가 끝나고 누적된 피해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에 따르며 4월 날씨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은 기온과 극심한 일교차, 적절하지 못한 사료급여 등으로 성장지연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 또 지난해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흉막폐렴 진단사례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낙농 ‘송아지 폐사 증가’ = 낙농가에서는 낮은 기온과 높은 습도 등으로 인하여 어린 송아지들의 폐사가 급증하였고, 이로 인해 송아지 입식을 꺼려 송아지 거래가 거의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젖소의 산유량도 전년대비 10% 이상 감소하고 있다고 농민들이 호소하고 있다.

조사료 수확량 급감 = 사료적 가치가 높아 대체작물로 인기가 높은 총체보리가 이번 이상기온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수확량이 급감될 전망이다.

3월에도 자주 내렸던 눈·비로 인해 농작물 습해와 생육부진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료작물인 총체보리도 수확량 감소와 품질저하 등이 예상되며, 수급불균형으로 가격 상승의 우려도 낳고 있다. 수확시기도 평년기준으로 약 10일~15일정도 늦어질 전망이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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