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가슴에서 피는 민들레

  • 입력 2010.05.03 08:54
  • 기자명 배준이 (사)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 약선식생활연구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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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흔한 꽃도 없다. 그래서인지 ‘일편단심 민들레’, ‘민들레 홀씨 되어’ 등 노래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민들레는 억척스런 생명력으로 작고 노란 꽃대를 올린 것이 정갈하고 소박한 우리네 여인을 연상시킨다.

민들레의 원래 이름은 일설에 ‘문둘레’이다. 문만 나서면 지천으로 피어 있어서 나온 명칭이다. 지금은 외래종에 밀려 개체수가 많이 줄어서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민들레이다.

민들레는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을거리나 약으로 쓰였는데,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차다. 독이 없으며 간, 위에 들어간다. 열을 내리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젖이 잘 나오게 하며, 독을 풀고 피를 맑게 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

민들레는 옛 의서에도 기록이 적지 않을 만큼 여러 질병에 효과가 높은 약초인데 특히 여성의 유방 질환에 효과적이다. 그것은 민들레 잎을 잘라보면 하얀 즙이 나오는데 유액(乳液)과 비슷하여 ‘비슷한 기능의 식물이 비슷한 인체의 기능을 보충한다’는 이류보류(以類補類)의 원리로 유방 질환을 고치는 것으로 이해하였던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유방이 가슴 한 복판에 붙어 있어선지 유방 질환을 마음의 병으로 보았다. <동의보감>에 “부인이 근심하고 성내며 억울한 일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이면 젖 속에 자라새끼나 바둑돌과 같은 멍울이 생긴다.”고 한 것을 보면 유방 질환을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으로 여긴 것이다.

▲ 민들레 그림_박홍규

 

간은 스트레스가 야기하는 부작용을 막는 곳으로 여겨지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는 이 간의 기를 막고, 이것이 젖꼭지 부분을 통과하는 간 경락에 영향을 줘 유방 질환이 생긴다고 본 것이다. 이럴 때 한방에서는 간과 위에 작용하며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기능이 있는 민들레를 써서 각종 유방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 가정에서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도록 부부 금슬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겠다.

민들레를 밥상에서 만나는 방법으로는, 우선 봄에 여린 잎은 따서 국거리로 쓰고 나물로 무쳐서 먹는다. 뿌리는 가을이나 봄에 캐어 된장에 박아 두었다가 장아찌로 먹고 김치를 담가서도 먹는다. 뿌리째 캐서 즙내어 마시거나 튀김을 해도 좋다. 설탕과 민들레를 넣고 발효시켜 민들레 효소를 만들거나 민들레 술로 이용할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이른 봄이나 가을에 뿌리를 캐내어 상자에 밀식한 다음 어두운 곳에서 자란 하얀 싹을 샐러드로 먹는데, 쓴맛이 사라지고 향기가 좋아 인기가 좋다.

민들레 뿌리를 말려 볶아서 가루를 내어 커피처럼 타 마실 수가 있는데 그 색과 맛, 향이 커피와 비슷해서 이를 ‘민들레 커피’라 부른다. 카페인이 없으므로 임산부도 마실 수가 있어 가족들이 모여 커피 대용으로 즐겨도 좋겠다.

그러나 민들레는 성질이 차가운 까닭에 빈혈, 냉증, 지나친 저혈압, 허약 체질로 쉽게 피곤해지는 사람이 장기간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민들레를 이용한 음식을 한번 해 보는 건 어떨까. 집 근처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보약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하지만 쓰임이 많고 약효가 높은 민들레. 친근하고 소박한 모습은 여인의 마음을 닮았고 그 효능은 여인의 가슴에서 꽃핀다.

 배준이  (사)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연구위원  (yack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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