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묻는다

  • 입력 2010.05.03 08:52
  • 기자명 한도숙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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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이렇게 달고 시원한 과일을 만들지요? 난 천연덕스럽게 말하곤 한다. 내가 짓나요. 다 하늘이 하는 일이지요.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릴때 마을4H교육 때 들은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이 유럽에서 건너온 말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때로 거짓이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때이다. 한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아비는 매년 풍수해에 시달렸다. 파종한 것을 수확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어린 마음에 아비의 박복한 탓으로 돌리곤 했다.

예년 같으면 벌써 배꽃이 지고 팥알갱이 만한 배가 다닥다닥 매달려야 하는 시기인데 이제야 인공수분 작업을 시작한다. 그나마 50%정도는 암술이 얼어 죽어 올해 농사가 걱정이 되는 터인데 수정율도 극심하게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어제는 한낮 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4월 말 기준온도로는 최저인 섭씨 7.2도 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농협에 전화해서 냉해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모두가 걱정이었다.

각 지역이 동해에 이어 냉해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올 농사 패농했다는 이야기들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는 것이다. 내 가슴도 철렁 내려앉는다.

정부는 이미 발생한 시설 농가의 일조량부족을 재해로 인정하고 거기에 따른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이어서 과수 농가의 동해와 냉해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며 거기에 따른 대책도 곧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과수 뿐 아니라 습해를 입고 있는 양파나 마늘 같은 것들도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늘 농민들 가슴에 불이나 지르지 시원한 대책은 없었다.

복구비, 대파비, 농약비. 생계지원비등 그럴싸한 항목들을 나열하고 몇 백, 몇 십억씩 책정했노라 하지만 결국 농가에 돌아 올 수 있는 것이라곤 단 몇 푼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농사 알기를 장기판 졸보다도 더 업신여기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는 것이다.

또한 늘 주장하는 것이 사용자 원칙에 의해 농업을 경영하는 주체들의 책임이지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농작물재해 보험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한정된  일부 농작물에 한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고에서 나오는 정책이란 것이 화난 농민들 달래기에 미흡한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농작물재해보험제도라고 하는 애매한 정책으로 우리 농사를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농작물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것이 옳다.

이번 기상이변을 계기로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는데 농민과 정치권이 함께 나서야 한다. 아비의 박복함을 나무라기 전에 국가가 농업을 유지시켜나갈 의지가 없음을 나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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