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 잡초의 재발견

  • 입력 2010.04.26 12:54
  • 기자명 김원일 (사)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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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는 집 주변과 들판에 납작하게 깔려있는 대표적인 잡초다. 얼마나 질긴 생명력을 지녔으면 이름조차 ‘질경이’라 불렀겠는가? 현대 농학은 질경이를 잡초로 분류하고 방제에 힘을 쏟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도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으로 미루어 질경이가 우리 몸에 좋을 것이라 생각해 애용하였다.

또한 경험적으로 길가의 질경이가 말라죽으면 그 해는 큰 가뭄이 든다고 미리 짐작하거나, 산중에서 길을 잃었을 때 질경이를 발견하면 인가가 가깝다는 것을 직감하는 등 생활 속에서 친숙한 식물이기도 하였다.
한방에서 질경이는 차전(車前)이라 부르고 씨는 차전자(車前子)라 하여 약용하는데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열을 제거하며 시력을 아주 좋게 하고 가래를 없애는 데에 사용한다. 약재로 사용할 때는 질경이를 여름에 채집하여 흙을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 것을 달여 마시거나 가을에 나는 씨를 햇볕에 말려 가루 내어 먹거나 볶은 것을 달여 먹는다.

질경이 잎은 임상실험으로 만성 기관지염과 급·만성 세균성 이질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이것은 질경이가 세균성 설사를 치료하고 이뇨 지사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항균 효과와 소염, 지혈 등의 작용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려준다.

제약 회사가 만드는 변비 치료제의 주원료에도 질경이 씨앗이 들어간다. 질경이 씨앗의 껍질을 가루 내어 물에다 타서 마시면 그것이 위장에 들어가 몇 십 배로 불어나서 장내 청소를 깨끗이 하고 배변을 도와주는 것에 착안해서 나온 것이 시중에 나와 있는 변비 치료제(상품명:화이바)인 것이다.

하지만 변비의 원인이 다양해서 위장에 열이 많아서 생기는 열성 변비에는 효과적이지만 장운동성이 약한 기허(氣虛) 변비나 위장의 찬 기운으로 인한 냉성 변비에는 좋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것은 질경이가 성질이 차서 소화기관이 약하거나 몸이 찬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질경이는 약재료뿐만 아니라 무기질과 단백질, 비타민류와 당분 등이 많이 함유된 영양가 높은 식재료이다.
옛날부터 봄과 여름 사이에 나오는 잎을 따서 소금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고 기름에 볶거나 된장국에 즐겨 이용했으며 삶아서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겨우내 먹었다.

최근에는 김치나 장아찌를 담아 먹기도 하고 다른 잎채소와 함께 쌈을 싸 먹고 튀김도 만든다. 가을에 질경이 씨앗과 뿌리를 손질해서 말려두면 오랫동안 차로 마실 수도 있다. 특히 질경이 씨는 뼈마디가 쑤실 때, 눈이 충혈될 때 소염작용을 하는 건강차로 이용된다.

예전에는 이처럼 집 주변에서 자라는 질경이를 캐다가 음식으로 많이 먹었는데 요즘에는 아는 이가 드물다. 그것은 먹을거리를 마트에서 찾는 세태와 관련이 깊을 것이다. 마트는 오직 돈 되는 상품 외에는 취급하지 않는다. 즉 질경이가 돈 되지 않기 때문에 마트에 없으니 자연 우리들의 밥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상들이 섭취하던 식재료 중에서 사라진 것이 무척 많다.

식재료 가짓수가 현대에 와서 단순해진 것이다. 이렇게 보면 현대 사회가 먹을 것이 넘쳐서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가 되는 풍요의 시대로 비춰지지만 정작 현실은 주로 먹는 작물 몇 개로 생태계와 음식 문화가 줄어든 빈곤의 시대라 할 수 있겠다. 질경이라는 잡초를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원 일
(사)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사무국장
(yack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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