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들의 사랑방 모임

  • 입력 2010.04.26 12:40
  • 기자명 김순천 (경북 안동시 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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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사랑방 모임까지

잦은 눈과 뚝 떨어진 기온 탓에 겨울이 유난히 길었습니다. 그래도 계절을 거스르지 않고 벚꽃들이 함박웃음을 선사하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모든 농작물이 그렇듯이 날씨가 맑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야, 때깔 좋고 맛난 과일과 곡식을 얻을 수 있는 게 자연의 순리인데 푸념하듯 애꿎은 날씨를 탓해봅니다.

수박 1통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숨을 쉴 수조차 없는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하우스를 100번 아니 그 이상 왔다 갔다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에도 변함없는 농산물 가격, 생산비 보장이 안 되는 우리 농업구조에서 여성농민들은 농사짓는 일 반 그 절반은 농업을 지키기 위한 일로 이래 저래 바쁩니다.

어쨌거나 농사는 생산비나 판매가격을 따지기 이전에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고 몸이 달아야 쌀 한 톨, 나물 한 포기가 밥상으로 올라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귀중한 생명산업인 거죠.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준비하고 새참준비하고 점심준비하고 또 새참준비하고…. 이렇게 하루해가 다지나는데 요즘은 한 가지 일을 더 합니다.

농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소망을 담아 이것을 여성농민들에게 설명하고 함께 그것을 실현해보자는 바로 여성농민들의 사랑방 모임입니다. 다음 6월달이면 우리 여성농민들에게는 조금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우리 임하면은 모두 13개 동네로 그중 7개 마을을 정해 4월 4째주를 시작으로 사랑방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우리 여성농민들은 햇볕을 많이 보며 농사일을 해야 하는데 특별히 관리할 시간도 경제적 여건도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피부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천연비누 만들기부터 시작을 합니다. 사방으로 둘러앉아 피부에 좋은 친환경 비누를 만들면서 피부미인이 된다는 하나의 기쁨으로 모든 시선이 고정됩니다. 비누 한 장씩 정을 나누면서 서로 예뻐지자고 격려하면서 자리를 마무리하고 나면 뒷풀이로, 봄나물로 노릇하게 구워낸 고소한 부침개, 고구마, 옥수수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로 낮에 농사일의 피로는 간 곳 없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지난번 의성에서 열린 교육 때 가져온 선전물과, 서명용지, 현수막으로 만든 차트를 가지고 하나하나 설명을 합니다. 밭농사 직불제에 대해 서두를 꺼내자 불쑥 작년에 논농사 직불금을 농사도 짓지 않는 공무원들이 불법으로 타먹은 뉴스를 떠올리며 열변을 토하시기도 했습니다.

현재 논농사의 경우 3000평당 70만원씩 고정직불금을 받고 있는 터라 밭농사 직불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받아야 제 하는 분위기였고 밭농업 직불제는 현재는 댐주변 지역이나 조건불리지역이라 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에만 지급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 경북에서 요구하는 것은 3,000평에 35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경북의 모든 밭에 작목과 상관없이 반드시 농사짓는 농민에게 지급하여 모든 농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북지역에 있는 모든 초,중,고 모든 학교에 무상급식을 지원하며 지역의 안전한 농산물을 사용토록 하는 것입니다. 집집마다 내 아이는 벌써 다 커버린 경우가 많지만 도시에 나가 사는 손자, 손녀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그리고 내 자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음에 공감하는바가 컸습니다.

농촌에서도 무상급식 바람

그 외에도 매년 농가부채에 대해서 이자를 면제해주고 나머지는 농민들이 천천히 갚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농가부채도 이자말고 원금만 갚는다면 그래도 좀 살 것 같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경북에서 추진하는 밭농업 직불제에 대한 반응은 곧바로 서명으로 이어지고 경북도민 2만 2천명 (도민 1%)서명을 받고 조례제정을 하는데 우리 임하에서부터 여성농민으로부터 앞장서기로 매번 다짐을 해봅니다. 여성농민들이 살기 좋고 농민이 행복해 하는 농촌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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