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소가 산 사람을 잡는 세상

  • 입력 2010.04.26 12:38
  • 기자명 오미란 전여농 정책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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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여성농민을 자살로 내모는가


구제역 때문에 소가 살처분되자 여성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몇해전 쌀수입 충격에 자살한 경북의 오추옥 여성농민이 떠오른다. 참 가슴아픈 일이다.
그렇다. 농민들에게는 가축이든 곡식이든 자식만큼 소중하다. 어쩌면 자살한 여성농민에게 소는 전재산이고 인생의 모든 것일수도 있다. 지금 농민의 현실에서 보면 다시 그만큼의 소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을 것이다. 소를 묻는 것이 그 여성농민에게는 인생을 묻어버리는 것 만큼 처절한 것이었으라 생각된다.

쥐꼬리보상금이 대책

자동차는 사고나면 손해본 만큼 보상해준다. 불이나도 손해본 만큼 보상해준다. 그것이 손해보험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심지어 음식물을 먹어서 잘못되도 보상해준다. 그러나 농민들이 이렇게 불가항력적인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상이 있지만 쥐꼬리 만큼 농민에게 있어서 부분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이 생떼같은 자식들 놓아두고 여성농민을 자살로 내모는지 정부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정부는 중국과 FTA를 서두르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기상재해, 가축질병, FTA 협상 무엇하나 농민들에게 희망적인 상황은 없다. 농민들은 어느 출구를 향해서 나가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농촌의 공동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더욱이 요즘은 선거 때문에 농촌에 일손이 없다고 한다. 4년에 한번씩 지방선거를 치를 때 마다 농민들은 평년보다 20~30% 더 비싼 품삯을 주고도 일손을 구하지 못해 힘겨워한다. 가뜩이나 일손 구하기도 어려운데 선거를 치른다고 그나마 있던 인력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사는 1년을 기다려야 성과를 볼 수 있는 작업이다. 그나마 1년 농사는 불안정성으로 가득차 있다. 가격불안, 기후불안, 질병불안....비가 오나 눈이 오나, 따뜻하거나 춥거나 농민들은 항상 주변과 자신의 일이 너무나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먹거리는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주변과 상호교감하면서 말이다.

농업이 우리사회와 진정으로 교감하는 것을 바로 생명이다. 그런데 타인의 생명을 위해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농민이 생명을 버렸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농민이 ‘국민의 생명줄’을 책임지는 직업임이 자랑스러운 일임을 느끼도록 농민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는 농업정책이 절실하다.

국민의 생명 책임지는 농민

가축질병사망은 재해다.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농민들의 이런 어려운 실정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당장은 일자리를 만든다고 말로만 떠들지 말고 부지깽이라도 한 몫한다는 농사철, 어려운 농민들에게 희망근로 인력이라도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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