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21조

  • 입력 2010.04.19 13:20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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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여름을 달구었던 광우병 의심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자주 불려 졌던 노래가 바로 ‘헌법 제1조’라는 노래였다. 집회가 있는 어느 곳에서든 이 노래는 들려 왔고 불려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단순히 반복하는 노래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유포되었고 심지어는 유치원 아이들도 합창을 할 정도로 불려졌다. 민주공화국은 법으로 정의되어 있지만 완성되지 않은 역동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이 노래는 완성되지 않은 민주공화국을 완성시키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의사를 표현한 노래인 것이다.

이런 의미로 헌법121조를 살펴보자. 헌법 121조는 1항에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농지의 경자유전 원칙은 정의되어있지만 완성된 개념은 아닌 듯하다.

‘국가는~노력하여야 하며’ 라는 구절에서 보듯 국가가 달성할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의는 봉건군주시대를 뛰어 넘는 민주공화체제의 농지에 대한 민주적 농지제도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해방이후 토지개혁실시가 그것을 말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후 헌법정신에 입각한 국가적 노력의 토지개혁은 전혀 없고, 오히려 하위법들을 기득권세력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농지를 돈과 권력의 손아귀에 들어가도록 방치 하고 말았다.

‘소작제도는 금지 된다’는 헌법의 명문은 그야말로 소작제도만 금지되고 소작은 용인되어 헌법의 권위를 훼손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쌀값이 13만 원대로 떨어진지 오래 되었다. 농가는 농가대로 불안감이 확산 돼가고 있고 농협은 농협대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나, 정부의 쌀 정책은 전무한 형편이다.

시장격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언발에 오줌누기’ 정책들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제 곡물가는 언제 태풍이 되어 한반도를 강타할지 모르는데 쌀농사를 짓지 않으면 포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당국을 향해 뭐라고 해야 할까를 모르겠다.

거기다가 한 술 더 떠 헌법이 보장하며 달성하도록 하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이참에 무력화 시켜야 한다는 세력들이 슬슬 발언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철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론이라며, 그들이 요구하는 농지규제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정치권일부의 논리를 완성시키고 있는, 한심한 학자들이 이젠 무섭기 까지 하다.

국민들이 헌법 제1조를 완성시키기 위해 촛불을 든 것처럼, 농민들이 경자유전을 완성시키기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칼럼이 ‘是日夜 放聲大哭(시일야 방성대곡)’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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