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갈아엎더니 이제는 범죄자 취급”

낙동강 둔치 경작지 농민들 불법경작으로 무더기 소환조사

  • 입력 2010.04.12 15:56
  • 기자명 김주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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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둔치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경남 밀양 하납읍 명례리 일대 농민들이 불법경작자로 내몰리고 있다. 이 일대 52만㎡는 4대강 사업 16공구로 낙동강 준설토 야적해 농지 리모델링 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시설 하우스에 한해 보상을 받았지만 최근 밀양경찰서가 농민들이 허위로 쇠막대기를 박아놓고 보상을 받았다며 경찰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밀양 하천둔치 경작지는 정부가 지난 1990년경부터 사유지를 저가에 매입해 농민들에게 점사용 허가를 내주면서 농사를 지어온 곳이다. 정부가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대부계약을 매 번 줄여나가면서 2004년에 이르러서 대부분의 하천 경작지 농민들에게 허가연장을 해주지 않았다. 밀양시하천경작자 생계대책위원회(위원장 하원오)에 따르면 밀양시와 경남도는 대부계약 없이도 농사짓게 해준다며 농민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문제는 지난해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그동안 대부계약 없이 농사를 계속 지어온 농민들은 4대강사업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대책을 요구한 끝에 무허가 경작지에 대해서도 하우스 시설에 한해 보상이 가능하다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밀양시의 설명에 공사 전까지 한 해라도 농사를 더 짓기 위해 감자와 보리, 채소를 심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새벽 낙동강 16공구 건설업체와 경찰들은 중장비를 동원해 이 일대 3만평의 보리, 감자 농사를 기습적으로 파헤쳤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은 보상을 목적으로 허위 시설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줄줄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것.

하원오 밀양시 하천경작자 생계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4대강 사업으로 이곳이 성토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대책위를 꾸려 정부에 대안을 요구했다. 정부가 5년마다 갱신되는 대부계약을 일방적으로 거부해 95%이상이 무허가 경작지인 농민들은 시설하우스 농가만이 보상을 받게 됐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또 “25일에 이어 2일에는 우엉밭을 갈아놓았다”며 “나머지 경작지 10만평도 조만간 추가로 밀어낸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싹을 틔운 감자밭 3천평을 잃은 농민 이기봉 씨는 “당일 새벽에 경찰 120여명 들이닥쳐 감자 밭을 갈아놨다. 밭에 나와보니 이미 다 갈아놓았더라”며 “조만간 인근에 있는 감사농사도 갈아엎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막막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농민들은 하루아침에 농작물을 잃고 범법자 취급을 받으며 쫓겨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밀양시 하천경작자 생계대책위원회와 4대강사업저지 경남본부는 지난 5일 경남도청에서 지역시민단체들과 함께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공사만 없었어도 조용한 농사지을 농민들에게 이 무슨 해괴한 죄목”이냐며 경찰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현재 밀양경찰서는 불법경작을 이유로 농민 30여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대책위에 따르면 밀양경찰서가 4월 말까지 소환조사 규모를 100명으로 확대한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근거가 없는 불법 소환조사라고 맞서고 있지만 경찰과 해당 건설사는 농민들이 보상비를 더 받기 위해 농사짓지 않는 허위 시설을 늘렸으며 농작물 철거작업에 대해서도 이미 농사금지를 통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하원오 위원장은 “농사일로 바쁜 농민들을 영장도 없고 명확한 근거도 없이 밤낮없이 불러들이고 있다”면서 “하천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소송과 무허가 농경지에 대한 법적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밀양대책위는 농민들에 대한 경찰소환 조사 중지와 무허가 문제 해결, 대체농지 마련을 촉구했다.
〈김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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