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핀 들녘에서 희망을 일궈가다

  • 입력 2010.04.12 15:39
  • 기자명 용옥천 (강원구 양구군 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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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는 어느 때보다 산 밑 마을에 고요함이 흐른다. 간간히 개짓는 소리 차지나가는 소리 하우스파이프 옮겨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농사시작과 함께 들리던 대포 터지는 소리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사격장 이전문제로 작은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현수막 몇 개 걸어놓고 있다가 내가 아니라도 누가 선봉에서 해결 하겠지 하다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무마되어 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격중단을 한 것을 보면 이전과는 좀 다르다. “주민이 언제까지 대포소리를 들어야하나”라는 대형 현수막을 마을회관 벽에 걸어놓고 대책위를 꾸려 본격적인 대응을 하고 나선 것이다.

대포소리 듣기 싫어 대책위 꾸려

오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포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유리창에 금이 가고 집 벽이 갈라지고 지붕기와가 내려앉아 비가 새고, 길에는 탱크가 트레일러 차량도 없이 지나다니고, 진흙먼지에 탱크가 지날 때 마다 땅울림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주민들은 늘 폭탄소리를 들어왔기에 그냥 훈련하는가보다 하고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고통도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또, “올해는 날씨가 왜이래?”라고 날씨원망을 해 본다. 올해 특히 유난히도 늦게까지 춥고 햇빛보기도 힘들었고 눈은 왜 이리 늦게까지 장독대가 덮여 안보일 정도로 눈이 내렸다. 더구나 모종을 직접 키워 재배하는 우리농장은 모종성장 장애 때문에 근심이다.

이웃에서는 비닐하우스를 짓느라 파이프 옮기고 구부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득, 우리농장 비닐하우스 처음 지을 때가 생각난다.
이웃집에서 먼저 비닐하우스를 지어 오이재배를 하고 있어 구경도 할 겸 찾아가서 “오이 한 박스에 얼마해요?”라고 물어보니 “한 박스에 이 천원 정도 나와요”하더군요. 그래도 그때는 어리석게도 많은 양의 오이를 보고 ‘비닐하우스를 재배를 하면 돈을 벌수 있겠구나….’라고 막연한 생각을 했다.

내년에는 분명 돈 좀 벌겠지라는 기대와 희망과 욕심으로 논에다 하우스를 꼽아 면적을 늘려갔다. 앞을 다투듯 하는 그 속에서도 기술과 경험도 없이 돈을 번다는 생각으로 작물선택을 했다가 통곡 속에 갈아엎어 보기도 했다.

어째든 그것을 토대로 나름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올해는 어떤 작물을 심어요?” 라고 물어보면 “심던거 한번 더 심어봐야지 뭐”라고 대답한다. 막연 운을 바란다는 것이지 희망보고 한걸음 발전하는 답변은 아니지 싶다.

국가입맛에 맞는 농사, 지역행정 실적을 위한 농사가 아닌 나의 현시점에서 다각진단을 통한 맞춤형 농업을 하고 싶다. 우리 농장에 맞는 현실성 있는 나의 농업을 하고 싶다.
전에는 논, 밭에 풀 한포기 없는 농장이 농장주가 부지런하고 농업에 앞서나가는 농업인인줄만 알았지만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농업인의 모습이 진정한 농업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기까지 힘들지만 그것을 향해 가는 것이 자연에 보답하고 보답 받는 길이라 생각이 든다.

자연의 일부 되는 농민이 참 농사꾼

이른 아침에 농장을 둘러보다 흙을 한줌 만져 흘려보곤 한다. 흙이 쓰다듬어 달라 애원하는 듯 하다. 그러기에 농촌 어디인가에서는 안전하고 건강한 자연밥상을 차리려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 알아줬으면 한다.

들녘에는 민들레가 꽃을 한껏 움켜쥐고 있다. 언제든지 활짝 피울 준비된 자세로 농촌에도 항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끈으로 끊임없이 민들레, 질경이처럼, 농촌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내야 하기에 민들레에게는 미안하지만 민들레로 건강밥상을 차려야겠다.

가정에서 나아갈 길을 잃었을 때는 어머니 또는 아내에게 물어보세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보다 강하고 진실된 정답을 가르쳐줄 사람이 있을까요?

용옥천
강원도 양구군 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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