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제도, 농협개혁의 관점에서 풀어야

  • 입력 2010.04.06 18:20
  • 기자명 장경호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장경호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농협 조합장 선거가 도마 위에 올랐다. 농협중앙회는 부정·탈법 선거자에 대해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며, 해당 조합에 대해서는 신규 자금지원 중단과 기존 지원자금 회수, 점포 설치와 농협상표 사용 제한 등의 제재조치를 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 참여와 민주적 운영구조가 핵심

그러나 조합장 선거의 부정·탈법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선거운동 방식과 관련하여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맞춰 더욱 엄격하게 선거운동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농협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는 현행 제도가 오히려 부정·탈법을 야기한다면서 농협 실정에 맞게 선거운동에 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예 조합장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조합장을 온전히 무보수 명예직으로 만들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일임하자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농협 조합장에게 주어진 특권이 너무 비대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농협 조합장 선거가 부정·탈법으로 얼룩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조합장으로 당선되기만 하면 각종 권한과 특혜 그리고 이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합장 특권 분산시켜야

농협 조합장 선거가 혼탁하고 어지러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조합장이 누리는 비대한 특권이 그 근원이라는 주장도 공감할 수 있다. 선거관련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난무하는 부정·비리·탈법을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합장의 비대한 특권을 분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직선제의 폐지, 무보수 명예직 전환 등과 같은 해결책 역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조합장의 권한 분산은 선거제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농협 개혁의 차원에서 접근할 때 보다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 조합원들이 농협민주화를 위해 오랫동안 싸운 성과의 하나가 조합장 직선제이며, 이는 조합원이 농협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경제적 권익을 실현하도록 농협을 개혁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조합장 직선제 이후 농협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던 정부의 영향력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 자리를 농협의 임직원이 대신함으로써 농협의 주인으로서 농민 조합원이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전문경영인제 논란 농협개혁 부차적 문제

그렇기 때문에 조합장 직선제냐 간선제냐, 무보수 명예직이냐 전문경영인제냐 하는 논란은 농협개혁의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핵심적인 문제는 농민 조합원이 주인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민주적인 운영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조합원의 의사결정 참여구조를 확대하고 조합 운영을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토대위에서 조합장에 집중된 권한을 이사회 및 대의원회 등으로 적정하게 분산해야 하며, 경영권과 감독권을 조합이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사항들에 대한 분명한 개혁방안을 전제로 하여 조합장의 선출방식과 권한 조정 등의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며, 그 결과에 맞게 조합장 선거 관련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조합원 의사결정 참여구조 확대

조합장의 지위와 권한의 조정 정도에 따라서 부정·탈법 선거운동으로 떠안을 위험부담이 조합장 당선 이후에 돌아올 혜택 보다 더 크게 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문제해결의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