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가 망해야 농업이 산다

  • 입력 2010.04.05 09:03
  • 기자명 한도숙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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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농식품부는 민승규 차관 주재로 “이렇게 하면 농식품부 망한다”라는 섹시(이 말은 민 차관이 즐겨 사용하는 말로, 농업이 섹시한 산업이라고 주장한다.)하고도 선정적인 제목으로 농식품부 200여 간부들이 끝장토론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솔직토크(이 말은 장 장관이 즐겨하는 말이다.)를 진행하면서 얻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MB의 생각이거나 장관 생각이거나 차관의 생각이거나 농민들은 그러려니 하며 시큰둥한데, MB의 농정실패를 면피해보려는 간절함이 나타난 유치한 보여주기 행사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소위 말하는 대통령의 뉴질랜드발언을 구체화하기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뉴질랜드 발언은 무엇인가.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대폭 주어서 농업의 체질을 약화시켰다고 했다. 보조금만을 바라고 농업에 경쟁력을 키워내지 못한 농민들에게 계속 보조금을 주면 농업이 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식품부의 존재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업에 투입된 자금은 문민정부시기 42조원과 국민의정부시기 15조원으로 57조원이 10여년 간 투입 됐다고 한다. 참여정부는 WTO로 인한 피해자금을 포함 119조원(이 숫자는 불 끄는 소방서 전화번호와 우연히도 일치한다)을 투입하겠다고 했으나 이젠 맛도 보지 못하고 종치고 말았다.

그나마 그 돈은 농민들을 구조조정 하는데 쓰이고 말았다. 보조금도 보면 OECD 평균 15.5% EU 22.3% 미국14.6%등으로 5%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뉴질랜드의 농업은 자국의 자급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영국이라는 안정적 시장을 기반으로 하여 발전하고 성장한 것이다. 우리의 농업시장과는 아예 다른 트랙에서 뛰고 있는 뉴질랜드농업정책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정서나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농사는 세상의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는 기본이 되는 일임에도 이일을 흔쾌히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농업의 형태가 변한다고 해도 땅과 햇볕과 바람과 함께 만드는 농업은 거칠고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간접으로 생산되는 가치를 귀중히 여겨, 농업을 유지하게 하기위한 수단이 바로 보조금인 것이다. 농민들은 술 한 잔 걸치면 농업이 망해야 한다고 흰소릴 한다. 그래야 맛을 안다고…

농식품부 200여 간부가 되지도 않는 말의 잔치를 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비 오고 하루 눈 오는 것으로 고통스러운 농촌현장에서 농민들과 함께 1박2일 일손 거들기를 통해 우리농업의 미래를 솔직토크 했으면 더 섹시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렇다. 농식품부가 망해야 농업이 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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