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정비전 2020의 착각

  • 입력 2010.03.22 10:28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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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월 24일 ‘생명·건강·매력이 어우러진 농림수산식품 산업과 농산어촌’을 농정비전 2020으로 제시했다. 농정비전 2020은 두 가지 측면에서 뭔가 착각하고 있다. 하나는 시기(타이밍)와 기간의 착각이요 하나는 내용의 착각이다.

시기와 기간의 착각은 집권한지 2년이 지난 지금 에서야 내놓은 ‘농정비전2020’이 영양가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착각이다. 2020년이면 앞으로 10년 후인데 집권세력은 지금 정권 말고도 두 번은 바뀔 것이고, 농식품부 장관이 바뀌어도 최소한 6~7명은 바뀔 텐데 지금 세워 놓은 농정비전2020을 차기와 차차기 정권이 그대로 물려받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유치하거나 어디가 모자라는 발상이다.

집권세력의 농정비전은 집권과 동시에 제시되어야 하며 집권하는 동안 그 비전 달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옳다. 미국처럼 농업예산이 법으로 정해져서 5~6년 동안은 아무리 정권이 바뀌더라도 농정이 지속되는 구조가 아니고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왜 이런 일을 지금에 와서야 하는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법으로까지 만들어졌던 세종시가 이 지경에 와 있는 현실을 목도하면서도 말이다.

두 번째 착각은 내용이다. 비전이란 말 그대로 미래의 목표요 꿈이다. 한국 농업, 농촌, 농민은 무엇이어야 하고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배어있는 미래의 원대한 목표와 꿈이 비전이다.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는 생명, 건강, 매력이 누구의 것이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고 신성장동력 확보니 고부가가치 식품산업이니 하는 것은 농정비전이 아니라 농정의 한 수단들에 불과하다.

농업과 농촌이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존재해야 하며, 왜 후손들에게 넘겨줘야할 민족의 유산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철학이 없다. 농업을 단순히 돈벌이로만 인식하거나 산업으로서의 농업밖에 모르는 소인배들의 비전이라는 의미이다.

농업을 산업이라는 편협한 시각으로만 인식한다면 농업·농촌·농민 문제는 보이질 않는다. 보이지 않으니 올바른 농정이 펼쳐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내놓은 농정비전2020은 시기적으로나 그 내용면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휴지조각에 다름 아니다. 이런 것 준비하는데 엄청난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지난해 말까지 내놓기로 했던 쌀 대책 하나라도 제대로 내놓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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