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곡들꽃 아이들과의 새로운 인연

  • 입력 2010.03.22 10:16
  • 기자명 김은주 (경남 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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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집 거실가득 딸기향이 퍼지고 있다. 오후에 공부방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빵에 발라 줄 딸기잼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지역에도 공부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여기저기 의논을 하고 다니던 중에 진주여성농업인센터 센터장으로 부터 선생님 한사람의 인건비 지원 약속을 받고 준비주체를 맡았다.

적당한 장소를 알아보고 금곡면사무소 복지계장과 면장을 만나고 선생님을 구하고 여기저기 자원봉사를 맡아 줄 사람에게 부탁을 해보고 아이들을 보내줄 학부모를 만나서 공부방에 보낼 의사가 있는지를 묻고 다니고, 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나 학교운영전반에 대한 조언도 구하고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을 겪은 끝에 금곡면복지회관 2층을 임대해서 자그마한 아이들의 공부방을 이달 3월 3일에 개소를 했다.

정식 명칭은 (사)진주여성농업인문화복지센터 부설 금곡들꽃지역아동센터이다. 이 현판을 달기 위해 정작 내 아이들은 방치(?)를 하다시피하면서 뛰어다닌 결과가 이렇게 빨리 성과로 돌아와서, 요즘의 내 생활은 공부방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맛있는 간식을 먹으면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으로 너무도 행복해 하고 있다.

공부방이 생기면 내 역할은 끝나는 것이리라 막연히 생각을 했는데 아이들을 위해 갖추어 주어야 할 것들이 많아 요즘은 더 바쁘다. 매일 매일의 간식은 무엇으로 할지 식단표를 짜는 일부터 아이들의 공부를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선생님들의 일정 알림에 필요한 학습 자료를 만드는 일, 계속해서 들어오는 아이들의 관리와 나중에 시에 신고를 하기 위한 서류들을 갖추는 일까지…

그런데 이것을 제외하고 가장 힘든 일은 후원금을 걷는 일이다. 기본적인 사회적 돌봄의 공간으로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이용료를 받고 나중에 시에 정식 등록되어서 시지원금을 받기까지의 운영경비는 모두 후원금으로 시설경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어려운 경기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은 좋긴 하지만 선뜻 다달이 후원금을 내기는 힘든 경제적 상황이라는 것은 피차 뻔하다.

그나마 경제적 상황을 뒤로하고 나와의 친분 때문에 후원금을 선뜻 내어준 사람들이 그저 고맙게 느껴진다.지난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첫 야외활동을 다녀왔다. 초등교육에도 노는 토요일이 생겨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 버린 셈인데, 아이들은 컴퓨터나 텔레비전에 그 시간을 모두 허비해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는 아이들과의 첫나들이 장소를 시설장선생님과 영화관으로 정하고,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3D영화 ‘아바타’를 보러 가기로 결정하고 상영시간을 알아보았더니 우리가 보러가려는 날에는 이미 아바타 상영이 끝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3D영화를 차선으로 선택을 해서 아이들에게 참가의사를 물었더니 한 명도 빠짐없이 참가를 한다는 것이다. 문화에 목말라하고 아이들의 욕구에 딱 들어맞은 모양이었다. 실제 영화를 보러 간 날,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영화를 보러 온 아이들로 영화관은 꽉 차 있었다.

시끌벅적 첫 야외활동을 마치고 김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햄버거가게에 들렀다.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돈으로 쥐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이것저것 주문하는 아이들을 보며 진정 저네들이 원하는 교육은 무얼까? 하는 고민에 빠진다.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농사일에, 맞벌이에 몸의 고됨을 참아가며 열심히 사는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진정 아이들이 같이 있어주기를 바라는 부모참관수업이나 체육대회에서는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으니, 아이들은 나름의 방치(?)를 스스로 이겨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사랑을 바라는 아이들에게 난 사회적 돌봄의 장소로 들꽃지역아동센터가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오늘도 으싸! 으싸! 아이들과의 실랑이가 끝나가고 있는 이 시간, 내일은 또 무슨 장난들로 나를 반길까?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다가와 선생님! 오늘간식은 뭐예요? 묻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개구리뒷다리가 간식이다. 이렇게 되받아 쳐 볼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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