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대책

  • 입력 2010.03.22 10:13
  • 기자명 이창한 전농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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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항력(不可抗力), 사전적 정의로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저항해 볼 수도 없는 힘’이라는 뜻이다. 즉 천재지변 등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자연의 위대한 힘을 이르는 말로 풀이될 수 있다. 요즘 농민들이 실감하는 단어다.

강추위에다 폭설, 겨울장마 등 3월까지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농작물과 농업시설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피해는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설채소와 과일은 일조부족과 저온, 병해충으로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는가 하면, 노지 근채류작물도 습해로 인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과수역시 나무가 얼어 죽거나 동해를 입어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 폭설로 비닐하우스와 인삼밭의 해가림막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야말로 농업재해로 농민들이 수난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경남 함안, 의령 수박재배농가의 경우 일조량 부족으로 수정이 되지 않아 정식을 다시 해야 되는 상황 때문에 18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전국적인 농업피해규모와 액수는 어느 정도나 될까? 안타깝게도 정확한 피해규모와 액수를 알 수가 없다. 다만 지난 3월 16일 소방방재청 발표에 의하면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인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15일까지 기록적인 폭설과 잦은 강설에도 재산 피해는 모두 228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재산피해액인 2천93억 원의 9.5%에 불과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짐작컨대 소방방재청 피해액 집계는 농작물 피해를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주무부서인 농식품부의 전국적인 피해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여부를 알 수 없으며, 피해규모나 피해액을 언론을 통해 밝힌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 또한 발표된 바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피해복구 인력을 지원하는 정도이며 정부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종합적인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에 의하면 농림수산식품부에 ‘농어업재해위원회’를 구성하여 재해에 의한 피해조사는 물론 재해대책을 위한 예비비 및 의연금 등의 사용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되어있다.

사실 정부가 특별히 실효성있는 지원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농업재해 대책은 한계가 있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에 근거한 재해지원 기준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영농재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계구호적인 지원이기 때문이다. 생계구호적인 지원을 제외한 영농재기형 지원은 100% 국고지원이 아니고 융자와 자부담 비율이 높기 때문에 고스란히 부채로 전가되고 있다.

둘째, 지원수준이 낮고 지원기준이 비현실적이다. 농작물 피해액 대비 정부의 피해 지원액은 10% 수준에 불과한데 그 이유는 농작물 피해액 직접 지원이 아니라 대파비, 농약대 지원 등이기 때문에 지원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 지적이 지속되자 정부는 농업재해대책을 현실화한다는 명목으로 2001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농작물재해보험을 실시하고 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은 아직 적용되는 품목 수가 적고 가입률이 낮은 상태이다.

전국적으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20%미만 이다. 이처럼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본 사업 대상품목이 적은 이유와 더불어 농가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농가부담률은 지자체에 따라 20%~30% 정도이며 대다수 중소농의 경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및 농협이 공동으로 별도 기금을 운용하여 운용 수익을 농작물재해보험 농민 부담률 경감과 대상품목 확대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농업피해가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기 때문에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을 통해 정부의 보편적인 지원을 현실에 맞게 대폭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농업재해는 피해를 당한 농민들의 생계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순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으며, 농산물가격 폭등으로 국민들의 가계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분담과 책임을 더 강화하여야 한다. 당장 올 겨울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피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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