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이 실현되면 농민 숨통이 열린다

  • 입력 2010.03.15 13:08
  • 기자명 최재관 여주군친환경급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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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관 소장>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 두 번의 무상급식 예산 좌절에 이어 조만간 세 번째 좌절에 도전하고 있다. 다시 세 번째 무상급식 예산을 경기도 교육위원회에 추경으로 올려놓고 있다. 그의 도전 뒤에는 89%에 달하는 국민들의 무상급식 찬성 민심이 있다.

그는 좌절할수록 더욱 커지고 있고 경기도민들은 깨우쳐 가고 있다. 무상급식을 계기로 교육위원이 뭔지도 몰랐고 이미 초·중·고 학부모도 아닌 우리 고령의 농민들이 왜 교육감을 잘 뽑아야하는지 알게 되었다. 정가에는 이번 6월 지방선거가 무상급식 찬반을 가르는 국민투표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들이 속속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민주당은 최근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중도 의원들도 무상급식을 당에 건의하고 있다. 경기도의 6월 지방선거는 마치 ‘무상급식은 사회주의’라고 주장한 김문수 지사와 ‘무상급식은 의무교육기관의 의무’라는 김상곤 교육감의 대결장으로 비쳐지고 있다. TV에서 소녀시대가 뜨듯이 6월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시대가 떠오르고 있다. 6월선거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이 우리 농민들에게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무상급식 3조원 공공시장 여는 일

우리나라 전체 초·중·고생은 약 750만명이다. 그리고 전체를 무상급식하려면 4조 3천억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 식재료비만 따지면 약 3조원 정도 된다. 하지만 현재의 학교급식은 여전히 대부분의 식재료가 입찰제 방식으로 거래됨으로서 농산물의 가격보장이나 농가소득 증대와는 무관한 일반 상업시장에 지나지 않는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학교급식 시장은 농민들에게 생산비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된장, 고추장을 비롯한 공산 가공식품의 경우 국내산과의 가격차가 크게 나므로 인해 수입산 가공식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무상급식이 실현되면 3조원의 식재료 시장이 공공시장으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전체 농산물 총생산량이 대략 40조원으로 7.5%의 학교급식 시장이 공공시장으로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급식이 중요한 이유는 7.5%의 시장규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계획이 가능한 시장이라는 점이다. 학생 수에 따라 먹는 양이 결정되고 식단이 표준화되면 계획생산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교급식시장의 변화는 우리 농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시군별로 팔당인근 8개시군의 친환경 생산자들을 조직하고 계약재배를 통해 225개의 경기도내 학교에 공급하는 새로운 학교급식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공급체계를 확보하고 지역먹을거리 체계를 실현하고 국내산 가공식품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려는 일찍이 없었던 참신한 시도이다.

공공시장은 정부의 보조금이 들어가면서 친환경이나 지역먹을거리, 지역산 가공식품에 대한 일정한 통제력을 발휘하면서 지역농업발전의 계획을 가능하게 한다. 계획된 가격과 계획된 생산, 계획된 판로를 통해 농산물의 가격이 보장되고 농가소득이 증대될 수 있는 것이다.

학교급식은 진화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최근 빠르게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되고 있다. 2010년 새로운 학교급식법에 따라 모든 학교가 직영으로 전환되도록 법률이 시행 되었으나 불가피한 사정을 핑계로 1년간 유예를 받은 학교가 있다.

또한 그렇지 못한 서울의 공사립학교 150곳은 시민단체에게 고발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은 대세이다. 직영의 증가는 곧 국내산 농산물의 사용 증가와 점차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비율을 높이는 계기로 되고 있다.

학교급식을 통틀어 전체농산물의 7.5% 시장인데, 공공시장으로서의 학교급식은 그 1/10인 0.75%도 미치지 못하는 미약한 실정이다. 그래서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학교급식 시장의 미약함에 많은 실망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농업의 현실에서 쌀 수매제가 없어지면서 계획할 수 있는 시장은 거의 전무하다. 그런 조건에서 학교급식을 계획시장, 공공의 시장으로 만드는 무상급식운동은 중요하다.

진화하는 학교급식

학교급식운동도 진화하고 있다. 2003년 시작된 우수 농산물 지원 학교급식 조례제정운동으로 국내산 농산물이 자리를 잡았고 그 이후 친환경 학교급식운동으로 발전하였고 지금은 무상급식을 통해 급식 시장 전체를 공적인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그 다음단계는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국내산 가공식품으로 전환하고, 지역먹을거리 운동으로 그 발전 방향을 잡고 있다. 우리가 가진 공공시장을 통해 수입개방의 파상공세에서 농민들은 자그마한 숨구멍이라도 만들어 내야 한다.

 

글. 최재관 여주군친환경급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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