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정책의 백년대계, 식량주권

  • 입력 2010.03.15 13:01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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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의 통일쌀 보내기가 정부의 불허로 또다시 무산되었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대북 쌀지원을 재개하라는 요구에도 여전히 정부는 귀를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에 쌀값 폭락사태를 불러 왔던 과잉재고 문제는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그 대신 식생활 교육이나 쌀 가공기술 지원 등과 같은 쌀소비 촉진 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런 와중에 또다시 쌀시장을 내년부터 관세화로 전면 개방하겠다면서 여론몰이에 나설 태세다.

쌀문제와 관련된 굵직한 과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뚜렷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많은 농민과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하나하나씩 따져 보면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들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쌀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그림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없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하나의 과제에만 매몰되어 갑론을박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본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경고한 바와 같이 세계적인 식량위기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조차 식량위기를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식량위기와 가격폭등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장래에 닥쳐올 세계적 식량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쌀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그 속에 현안 문제의 해결방안을 포함하여 여러 중점 과제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정부가 지난 2월에 내놓은 농정비전 2020은 매우 우려스럽다.

식량안보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수입쌀을 국내 생산과 동등한 위상으로 격상시켜 중요한 식량안보 대책으로 포함시켰다. 돈만 있으면 식량은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다는 과거 발상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동일한 맥락에서 쌀값 폭락으로 국내 쌀생산기반이 무너지든 말든 쌀시장의 조기관세화도 추진할 태세이다.

수입쌀은 어디까지나 국내 생산으로 다 채우지 못하는 불가피한 경우에 사용하는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어디까지나 자체 식량공급을 우선으로 하여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근본대책이며, 쌀정책의 백년대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떳떳하게 식량주권을 입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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