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마음에 귀 기울여야

-김선영 전북 순창군 풍산면

  • 입력 2007.10.15 11:28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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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출산하고 꽤 수년을 보낸 후에 둘째 아이를 가졌다. 마냥 들뜨고 좋을 따름이지, 이미 겪었던 어려움은 체념이 되고 버릇이 되어 각질처럼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전설이 된 병원 안가고 출산

병원 문턱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도 예닐곱씩 건강하게 출산한 옛 우리네 어머니에 빗댈 바는 아니지만, 내게도 건강하게 임신을 하고 건강하게 출산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러나, 여성에게 최고의 가치는 임신, 출산, 육아라는 가정의 터울이 아니라 ‘사회 진출’이라 교육을 받은 세대.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혼식-도시락 검사를 했더랬다-과 분식-학교에서 빵도 줬고 국수며 라면도 자주 먹어댔다-을 장려하기에 서구음식과 즉석식품에 길들여진 세대로서 깨끗한 몸, 건강한 먹거리를 잃어버리고 자란 탓, 우리가 뭔 잘못이람?

심한 입덧으로 드러누운 새댁의 호사(!)가 영 못마땅하고, 남자 혼자 논으로 밭으로 다니는 사정이 영 딱했는지 동네 아짐들이 볼 때마다 한마디씩 거드신다.

우리 때는 밭에서 김을 매다 진통이 오면 혼자 이이를 낳았다느니, 그러고도 뒷수습을 하고서 다시 밭일을 나갈 만큼 다부지고 강했다느니, 시부모, 시형제들 밥은 꼬박꼬박 차려 받치면서 정작 당신은 음식이라곤 입에도 못 대었어도 부엌살림 도맡았다는 등의 전설같은 뒷담들이다.

출산이 한 가정에 새 생명을 안겨다 주는 축복이어야 하건만 이건 뭐, 여성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이 되어버렸지 뭔가!

몇 년 전의 경험이다. 첫 아이 3개월째인가, 가벼운 차량 접촉 사고 이후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들른 의료원 산부인과 의사가 애끓는 엄마의 심정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고 내뱉은 말, “아기가 안보이네요”. 유산이란 말이다. 남편과 나는 급히 광주의 산부인과를 다시 찾았고 “아기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기계가 나쁘면 안보일 수도 있지요”하고 너털 웃어버리는 의사 말에 비로소 안심한다.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저렴하게 이용하라는 보건의료원에서, 초음파 기기가 낙후되어, 있는 아이도 안 보인다 하니, “가까운 우리 지역 의료원”에서 “저렴하게” 산전 진료를 받는다는 산모를, 그 전이나 그 이후에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출산을 위한 휴직이 없는 여성농민, 오죽하면 아이들도 농한기에 맞추어 낳으랴! 농업방식의 변화로 농한기, 농번기를 구분할 수 없는 오늘날 구조에서는 그나마 출산하는 철(?)을 언제라 할 수도 없다. 아이를 낳기 위해 농업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 국가적 위기가 되기 이전부터도 출산과 양육에 대한 생각은 변하였다. 하지만 유독 농촌의 여성들은 내 돈 들여 아이 낳고 내가 벌어 먹여 키우는 전통적 사고와 방식이 지속되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각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출산정책-양육비 지원으로 대표되는-을 내놓고 있다. 실제 그 지원상황이 좋으면 산모들 사이에 이야깃거리가 되곤 한다. 그러나 ‘그 돈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워’, 씁쓸한 마무리 말이 뒤따른다. 아이를 낳기 전에 대도시로 다니며 들어간 금전적· 시간적 비용이 얼만데, 농사 일 못 추스르며 잃은 게 얼만데...

농촌 엄마의 고민은 아이가 커가면서 더해지는데, 최근에 접한 반가운 소식은 농산어촌 학생의 교육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었단다.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 생각하고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하고 싶다.

건강한 아이와 만나고 싶은 마음

그러나 저러나 출산은 설레는 일이다. 건강한 아이와 만나고픈 간절한 마음도 함께 한다.

생명, 아이에 관한 마음은 엄마만 한 사람이 없기에 엄마들 마음에 귀 기울이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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