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을 지키고 환경을 살리는 농업으로

세계 CSA 심포지엄과 총회 참가기

  • 입력 2010.03.08 13:01
  • 기자명 윤정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우리텃밭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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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22일 양일간에 걸쳐 일본 고베에서 전 세계 CSA 활동가들이 모여  열린 URGENCI 고베CSA 심포지엄과 총회(KOBE Conference 2010 Community Supported Food & Farming)에 참가했다. 20일은 제5회 ‘농이야말로 커뮤니티’ 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전국유기농업추진협의회에서 주관하는 행사였다. 먼저 카네코 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농림수산성 벳쇼 과장과 효고현 부지사 등의 축사가 있었고, 각계의 축전이 소개됐다.

야스다 교수로부터 유기농업운동의 발자취와 도달점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내용 중에 일본유기농업이 시작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특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반공해, 반시장주의, 신협동조합주의, 자기비판의 사상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자기비판의 부분은 농업이 변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을 먹는 우리의 생활습관이 변해야 한다는 내용이 특히 가슴에 남았다. 예로 효고현 시민 50%는 아침에 빵을 먹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미국의 밀밭이 무성해지고 일본의 논은 잡초가 무성해진다고 하면서 내일 아침에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겠느냐고 1천여 명의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했다.

이런 자기비판을 가지고 시작한 유기농업이었으나,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된 소비자의 ‘선택권’ 의식이 확대되고, 자본주의를 바꿔보겠다는 생각도 약화됐다면서 유기농산물이 유행이 아니라 농업하면 유기농업과 안전한 먹을거리, 생물이 함께 사는 생물다양성이 떠오르도록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오후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참가자가 농업을 통한 지역 교류가 더 넓은 영역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였고, 7개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분과회의가 진행됐다.

분과회의는 △농(農)상(商)공(工)식(食)이 포괄되는 지역교류, △미래세대를 위한 식농교육에 대한 제안, △지역먹을거리의 가능성에 실현하는 지방 공무원의 도전, △논생물다양성과 유기농업에 대한 조사사례 발표, △교류와 인증에 대한 논의, △종자를 지키는 농민의 노력, △파트너십(일본의 테이케이-제휴의 일본말, 미국 CSA, 영국 AMAP)에 대해 준비한 사람들이 발표를 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각 분과별로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21일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운동에 대한 심포지엄이었다. 이번 고베 심포지엄 실행위에서 준비한 날이었다. 미국에서 온 엘리자베스 핸더슨 씨로부터 세계적인 CSA활동의 다양한 내용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인상적인 내용은 돈이 없는 사람이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가격을 결정할 때 생산자가 먼저 결정하고 소비자와 의논하여 결정하는 곳도 있다는 것, 세계화의 진행으로 CSA활동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과 자족과 지속가능한 CSA에 대한 고민 등이었다.

호주에서 온 안드레 로이 씨는 소규모 유기농 농사를 하는 생산자로 참여해 발표도 했다. 주요한 내용은 비아에서 소규모 가족농이 유기농을 하는 것이 실현가능하고 땅의 사용이나 생산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오후에는 지역먹을거리 시스템에 대한 사례발표가 총 8명을 통해 진행됐다.

끝날 때는 아이티 지진으로 인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농민의 연대의식을 발휘하여 도움을 주자는 호소가 첫 날에 이어 좀 더 자세하게 진행되었다.

22일은 총회와 함께 일본의 전국유기농업추진협의회가 준비한 ‘자급을 높이고 환경을 지키고 키우는 농업과 농촌의 재구성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자연과 함께 하는 농업을 소중하게 해온 유기농업을 기반으로 한 정책제안’이 있었다.

오전에는 이 정책 제안을 들었다. 유기농업을 둘러 싼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거친 제안이라는 느낌이었고, 신자유주의 농정으로 인한 규모화, 고투입 유기농을 비판하고, 보조금에 대해서도 농민의 자존심을 망친다는 표현이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WTO는 해체해야 하고, 소규모 농업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농사짓는 것이 제안되었다. 이 외에도 많은 제안을 꼼꼼히 체계적으로 발표하였다. 기억에 남는 점은 발표 중간 중간에 참가자들이 자기소개를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질문을 하면 한 사람뿐인 발표자는 거기에 대한 답변을 착실하게 하면서 3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점이었다.

이 단체에서는 앞으로 표시·인증제도에 관한 제언, 식·농교육에 관한 제언, 생협운동에 대한 제언을 또 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후에는 총회에 참석했는데, 새로 가입한 CSA단체들의 활동을 들을 수 있었다.

통역으로부터 듣고, 화면을 보고 읽기도 했지만 언어의 장벽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조금이나마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즐거웠고, 전여농의 ‘얼굴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우리텃밭’에 대해 소개 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윤정원 우리텃밭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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