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수산물유통공사가 걸어야 할 길

  • 입력 2010.03.08 12:58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달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발표한 ‘2010 주요업무 추진계획 및 농수산물유통공사 개혁방안’에 따르면 기존의 수출지원 역할과 병행해 직접 수출이 가능한 ‘종합상사형 수출체계’를 구축하고, 해외의존도가 높은 곡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국제곡물사업 참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고 한다. 그러나 농수산물유통공사는 허황된 비전제시에 앞서서 우리의 농업과 먹을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사업은 가격안정사업, 수출진흥사업, 유통조성사업, 식품산업육성 등 네 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업은 가격안정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동안 공사가 추진해 온 가격안정사업은 농민을 위한 사업이라기보다는 물가안정을 위한 사업의 성격이 강했다.

산지에서 농산물가격이 폭락할 때는 산지의 가격안정을 위해 시급한 직접 수매나 민간수매 지원은 늦장 대응을 하면서, 소비지에서 농산물가격이 조금만 상승해도 이를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정도이상으로 수입하거나 비축물량을 과다하게 방출해서 산지가격을 오히려 폭락시키는 반농민적 행태를 되풀이 해 왔다. 더군다나 비축관리를 잘못해서 수십억원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감사원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이번의 발표내용 중에는 해외대형유통망에 대한 대량수출을 위해서 필요한 세부추진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과잉생산된 농산물의 해외판로를 개척함으로써 농산물가격폭락을 완화시키는 사업이 전혀 불필요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식량자급률이 26%이고, 세계 5위의 곡물수입국이라는 사실은 농산물의 수출을 고민하기 전에 우리의 자급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낮은 식량자급률 속에서 쌀과잉이라는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사료작물의 생산확대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유통공사가 견인해 낼 궁리는 뒷전에 두고 안일하게 곡물의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를 운운하는 것은 국내농업의 생산기반을 오히려 붕괴시키는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최근의 통계가 보여주고 있듯이 농가소득은 2006년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더군다나 감소하고 있는 농가소득 중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조차 크게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농가소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농산물가격의 지속적 하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격안정을 위해서 농산물유통공사가 무엇보다 서둘러야 할 일은 직접 수매나 민간 수매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보다 적극적으로 과잉농산물의 재배를 축소하고 대신 수입산 농산물을 국내생산으로 대체토록 유도하는 일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를 국제곡물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거나, 카길과 같은 곡물회사를 미국에 세운다는 언론플레이에 앞서서 안전한 농산물의 공급과 농민의 삶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