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쌀농가 소득안정책 펴라

윤석원 중앙대학교 교수

  • 입력 2007.10.15 11:23
  • 기자명 윤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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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원 중앙대학교 교수
2005년 한창 쌀 재협상안의 국회비준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을 때 참여정부는 이제 기존의 약정수매제도는 쌀 농가소득을 지지하는 효과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지속되어오던 수매·방출제도를 폐기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것이 우리가 잘 아는 쌀소득보전직불제와 공공비축제이다. 이제 쌀 가격은 시장에 맡겨 가격하락을 유도하여 쌀 경쟁력을 제고하고, 쌀 소득보전직불제는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쌀 농가 소득을 안정시킨다는 것이었다.

수매제 폐지 이후 정책 갈팡지팡

그러나 당시 수매·방출제도의 폐기가 시급한 것이 아니라 건조·저장·가공과 같은 수확 후 관리 인프라의 구축, 유통 및 마케팅 전략의 개발, 품질 및 안전성 제고, 쌀 소득의 안정적 확보 방안 등의 대책이 더 시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일거에 수매·방출제도부터 폐기하고만 것이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으며, 쌀 농업은 아직도 문제와 해결의 본질을 찾지 못한 채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공공비축제는 수매제도나 다름없는 제도가 되어가고 있을 뿐 제도의 본래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가매입 시가방출’의 원칙은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고 줄어든 수매량은 농협이 매입하는 형태로 변질되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쌀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소득을 보전한다는 쌀소득보전제도 마저도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제도는 진정으로 쌀 농가의 소득이나 순수익의 보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제도이다. 쌀 소득이라 함은 조수입(가격×생산량)에서 경영비를 제외한 개념이며 쌀 순수익이라 함은 조수입에서 생산비(토지용역비 등 포함)를 뺀 개념이다. 즉, 조수입에서 비용을 빼야만 농가의 소득이 되든지 순수익이 된다.

컨대 쌀 가격이 지난해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생산비나 경영비가 오르면 소득이나 순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기본이다.

그런데도 쌀소득보전직불제는 생산비는 고려하지도 않고 가격만을 기준으로 보전하는 제도이므로 애당초 소득보전직불제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제도이다.

그나마 지난 3년간(2005∼2007년) 적용하였던 80kg당 17만83원의 목표가격을 내년부터는 5% 떨어뜨린 16만1천2백65원으로 설정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고서도 쌀소득보전직불제가 쌀 농가의 소득을 지지해 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정부의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수매제도가 있었던 2001∼2004년까지 4개년 평균 논 300평당 쌀 소득은 69만4천원이었고 쌀 순수익은 42만9천원이었으나, 쌀소득보전직불제가 시행된 2005년과 2006년 2년 평균을 보면 쌀 소득은 54만3천원, 쌀 순수익은 29만1천원으로 각각 21.7%와 32.1%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쌀소득보전직불제는 쌀 소득이나 순수익을 보전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격은 떨어뜨리되 적정수준의 소득은 보장한다는 쌀소득보전직불제는 진정한 의미의 소득안정장치가 되질 않는다. 이는 쌀소득보전직불제가 생산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장가격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목표가격의 인하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목표가격 설정기준을 바꿔 생산비 상승률이 고려되도록 하고, 고정직불금을 대폭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하며, 정부나 농협이 산지 쌀 가격 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매입가격을 무조건 낮추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쌀농업 유지 발전 노력 절실

정부는 물론 일부에서는 쌀 농가 소득을 보전해 주면 남아도는 쌀의 과잉공급(?)이 걱정되고 이는 결국 쌀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농민이나 정부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은 쌀이 과연 처치 곤란할 정도로 과잉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쌀은 생산면적이 연간 1만∼2만ha씩 감소하고 있고 이상기후로 작황도 예년같이 않으며 국내 재고량도 과거에는 7백만톤(1천만섬)이 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그 절반수준에 불과하여 쌀 공급이 과잉이라고만 볼 수 없다. 따라서 쌀 가격이 폭락할 이유도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농협이 가격을 낮추려고만 하는 것은 쌀 농가소득보전과는 무관하게 조직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단견일 뿐이다. 쌀 농가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하여 우리 농업의 마지막 보루인 쌀 농업을 유지·발전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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