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102주년, 여성농민의 현실은?

  • 입력 2010.03.08 12:47
  • 기자명 신지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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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는 여성농민이 살고 있다. 농업인구의 51.4%(2007년 통계청, 농업조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여성농민이 더 많은 농가인구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단지 비중으로서의 여성농민의 역할이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농촌 및 지역사회에서도 여성농민의 역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성농민의 역할 증대

그것은 달라진 농사의 형태에서도 알 수 있다. WTO 세계화로 영농의 형태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식량작물의 면적과 생산량은 감소하고 채소, 과수, 축산, 화훼 등의 증가로 여성농민의 노동력이 집중 투입되어야 하는 조건으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농민의 노동이 가사노동보다는 농업노동이나 또는 기타 농외소득 사업 등 소득을 얻기 위한 노동에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달해 선진국(평균 23~ 46%)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한다.(농촌진흥청, 생활시간 조사 결과)

하지만 여성농민의 역할의 중요성에도 여전히 여성농민의 삶은 불안하고 지위는 열악하다. 국민의 중요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주체로 인식되기보다는 생산보조자, 농가주부, 무급가족종사자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2007년 노동부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및 어업숙련자의 임금도 하위 층에 속하고 있는데 남자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농민은 61로 가장 많은 차이를 나타내는 것도 역시 농업 및 어업숙련자의 항목이었다.

또한 여성농업인실태조사에서 보면 평균 여성농민의 농업노동시간은 농번기를 기준으로 64.3%가 10-14시간 일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또한 가사노동은 평균 3시간 전후의 시간을 차지한다. 또한 농업노동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가사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결과 농업노동, 가사노동, 그리고 농외 소득을 얻기 위한 노동을 포함하면 여성농민의 노동은 이중 삼중으로 고스란히 여성농민의 몫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500가구의 여성농민 가운데 본인 명의의 농지가 전혀 없는 여성농민은 1,181명으로 전체의 78.7%이며, 농지의 일부라도 본인 명의의 농지가 있는 경우는 21.3% 정도이다. 전체 농가 중 농지를 소유한 농민들이 50% 이하라고 볼 때 그 중에서도 농업의 중요한 생산수단인 농지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식량주권은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문화적으로도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또한 민중들이 그들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 생산 체계를 결정지을 수 있는 권리이다.
식량주권은 식량체계와 정책의 중심을 시장과 기업의 요구가 아니라 생산과 공급,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하며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농업의 회생에만 한정된 식량주권이 아닌 전 세계의 민중이 함께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사회의 토대인 식량주권의 실현은 여성농민들의 권리 찾기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식량주권은 농업을 파탄 내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욱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를 물리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식량주권’이라는 담론을 이제 실천으로 이끌어내는 활동이 필요하다. 광범위한 국민과 함께 식량에 대한 제반의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또한 농업에 있어서 여성의 가치를 충분히 살려내는 것이 그 동안 환경을 파괴시키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개발로만 일관했던 인식을 바꿔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파괴되고 무너진 농업을 살리는 역할에 있어서 여성농민이 주체적으로 나설 것이다.

여성농민, 농업생산.판매 주체로 나서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하고 있는 ‘우리텃밭’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제철꾸러미를 소비자들에게 보내는 여성농민생산공동체는 얼굴 있는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농업 생산의 주체로, 농산물 판매의 주체로, 그리고 자신이 농사지은 농산물에 대한 결정권까지.
여성농민의 지위와 현실은 열악하다. 하지만 스스로 생산의 주체로 서기위한 활동을 아직은 미약하지만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3·8 세계여성의 날 102주년. ‘우리텃밭’을 하면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새로운 사회와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있어 우리 여성농민이 바로 변화의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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