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소비의 유기적 관계 만들기

유기농업 산지제휴운동-일본의 공동체지원농업

  • 입력 2010.03.02 13:02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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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황새마을의 지산지소
2. 공동체지원농업(CSA) 유기농업 생산자와 소비자 제휴 
3. 농협의 지산지소 활동
4. 도시생활협동조합의 지산지소
5. 시민단체의 지산지소 운동

한국농업의 지속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농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규모화를 통한 전업농을 육성하는 정부의 정책으로는 소농과 가족농, 여성농민들은 계속 소외되면서 농사를 더 이상 짓지 못할 상황이다. 지역먹을거리운동은 관행적인 유통체계와 규모화의 농업이 아닌 소농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본에서도 공동체지원 농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공동체지원농업(CSA)은 테이케이농업(제휴농업, テイケイ農業)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에 시작된 생산 농가와 소비자가 직접 결합되는 ‘산소제휴(産消提携) 운동’을 효시로 보고 있다.

일본 효고현의 이치지마유기농업연구회는 소비자 단체와 연결해 매주 야채세트를 보내며 소비자와 함께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이치지마 유기농업 연구회는 관서지방에서는 역사가 가장 오래됐으며 연구회는 처음 30여명의 생산자로 시작됐다.

이치지마에서 유기농업운동의 시작은 야스다 시게루(保田 茂) 고베대학교 명예교수가 1974년에 이치지마에 와서 강연을 와서 환경에 좋은, 몸에 좋은 농업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치지마의 애농회 회장인 이시키 사쿠로 씨가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아 주변 농민들에게 호소를 해서 생산자 조직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유래됐다. 

▲ 일본 효고현 이치지마유기농업연구회 회원인 하시모토 신지 씨가 로컬푸드연구회 회원들에게 일본의 산지제휴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시키 씨가 1975년에 유기농업연구회 초대회장이 되면서 유기농업으로 전환했을 때는 농작물이 재배가 안 돼 고생을 하며 생산자 조직을 이끌어 왔다. 유기농업연구회가 지금까지 오기까지에는 숱한 시행착오와 공부가 이뤄져왔다. 많은 노동력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유기농까지 못가고 저농약을 하는 농가가 아직까지는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기농업연구회는 유기농업을 확산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농업기술 진전 등을 통해 많은 농민들이 유기농에 쉽게 참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연구회는 유기농업에 대해서 보다 많은 사람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 소비자, 특히 아이들을 초청해서 유기농에 대해 설명하고 체험하도록 한다.

닭을 키우는 것은 여름철에는 판매할 수 없는 야채를 먹이고 겨울철에는 풀을 베어다 먹인다. 또한 닭의 분뇨와 풀을 섞어 좋은 품질의 퇴비를 만들어 다시 농장의 밭으로 순환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생산자 조직이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야스다 선생은 고베시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농약오염, 공해문제에 대해 세미나하고 있어서 유기농업연구회와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소비자들과의 모임에서 유기농업연구회는 소비자가 원하는 유기, 무농약 농작물을 재배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관계가 시작됐다. 현재 이치지마 유기농업연구회에서는 야채세트를 구성해 고베를 중심으로 한 도시지역 4백여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야채세트에는 10~15개의 품목이 들어가며 저가형 세트는 1천엔, 고가형 세트는 3천엔에 근접한 가격으로 제철 야채들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 이치지마 쵸에 소재한 농산물 직매장
야채세트에 대해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채소를 주문하지 않는다.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자연 그대로를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하시모토 신지(橋本 愼司) 씨는 “인간이 결국 슈퍼마켓에서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것으로 인해 소비자가 선택하는 채소의 종류가 한정되고 옛날부터 내려왔던 여러 종류의 채소를 잃어버리고 채소의 종자까지 없어지는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에 우리들은 소비자에게 제철 야채세트를 먹으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기농업연구회와 소비자들은 서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4개의 약속 사항을 만들었다. 약속사항은 먼저 위탁의 관계이다. 위탁은 생산자와 소비자는 서로의 생명과 생활을 지켜주는 것으로 농산물을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두 번째 약속은 안전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과 시간에 대해 소비자가 이해를 통해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는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는 협동의 정신을 바탕으로 어린아이를 키우고 노인을 돌보기 위해 바쁜 사람은 가정의 사정에 맞추어 나가면서 자신이 생산자조직이나 소비자단체에서 할 수 있는 가능한 일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운동을 확대한다는 약속이다. 이는 안전한 식생활은 모든 사람은 소망이기 때문에 작은 이익집단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한명 한명씩 운동을 확대해 사회전체로 확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개의 약속을 기반으로 구축된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관계는 인간관계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지 우리가 생산한 야채를 먹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생산자 농가에 찾아와서 제초를 같이 하면서 농업을 응원하고 일손 돕기를 수시로 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생산자들은 소비자와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끈끈하게 이어진 정은 서로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유기농업연구회의 닭을 키우는 회원의 축사가 태풍으로 무너졌을 때 도시 소비자들이 자동차 수십대로 찾아와서 계분으로 가득 찬 양계장에 들어가서 살아 있는 닭들을 구해주기도 했다.

반면 고베 대지진이 발생 해 고베시의 교통이 두절되자 생산자들이 지역의 쌀을 싣고 소비자들을 방문해 식량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신 대지진때는 유기농업연구회 회원들이 매일 트럭에 물과 식량을 갖고 소비자 회원의 집집마다 물과 식량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렇게 회복된 도시와 농촌의 관계는 단순한 도농교류, 직거래를 떠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고 있다. 유기농업의 목적은 유기물을 활용해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고 유기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생산자가 재배하고 소비자가 이를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산소제휴운동은 이치지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전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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