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유통공사의 모순

  • 입력 2010.03.02 11:59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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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유통공사가 요즘 비난의 여론을 피하지 못하고 전전긍긍 하는 모습이다. 감사원이 지난 해 말 실시한 유통사업 효율성 제고 차원의 감사에서 엉터리 농산물 수급조절 행태가 공개 되었다. 예기인즉 적기에 마늘을 수입하지 않아 45억이라는 농산물 가격 안정기금을 날렸다는 것이며 멀쩡한 콩을 사료용으로 팔아 8억원이란 혈세를 낭비했다고도 한다.

aT 자기존재이유 몰라

aT는 농어민의 소득증대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목적으로 농림부 산하기관으로 1967년 12월 농수산물의 저장·처리·가공 사업을 위한 농어촌개발공사로 발족하였다. 이후 식물연구소 및 농수산물 가격안정사업단을 부설하고 농수산물유통개선을 체계적이며 종합적으로 추진하기위해 농어촌개발공사를 확대·개편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aT의 주요 사업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있다. 농수산물의 저장·처리·가공·판매 및 유통개선, 농수산물 유통산업에 대한 모든 업무, 농수산물과 그 가공제품의 시장개척 등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위한 농수산물의 수매· 비축과 판매 등이다.

그런데 농산물 유통공사는 자기존재의 이유를 잘 모르고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어민들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기는커녕 실적위주의 사업에 눈이 멀어 민간기업과의 과당경쟁으로 출혈을 일삼으면서도 국내 농산물 가격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수출을 주도적으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내 농산물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에만 힘을 썼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출을 하면 돈이 나가기만 하지만 수입을 하면 어쨌든 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그런 aT가 이번에는 세계적 곡물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aT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11월쯤에 미국현지에 국제곡물회사 설립을 완료하고 곡물 엘리베이터 1~2곳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곡물시장이 불안하고 우리나라처럼 자급률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곡물 수입을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뭔가 이빨이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국제곡물회사 설립계획 접어야

aT가 우선 손을 대야 할 것은 곡물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곡물에 대한 자급율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aT의 사업 목적이 농어민의 소득증대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임을 까먹어 버리지 않았다면 국제곡물회사에 대한 생각을 접어야 한다.
그 노력과 그 재원으로 우리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농어민의 소득증대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사시에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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