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확기 타들어가는 농심을 헤아려라

  • 입력 2007.10.15 11:14
  • 기자명 관리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사설

수확기를 맞은 쌀 재배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 계속된 비 등 기상조건 악화로 수확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가격까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광주·전남 지역 농민들을 중심으로 쌀 생산비를 보장하라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애써 키운 나락을 불태우는 투쟁까지 전개하고 있다. 특히 올해 쌀 생산량이 감소가 예상돼 쌀값 하락요인이 없는데도 가격이 떨어지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정부는 9.15 작황발표를 통해 올해 쌀 생산예상량을 지난해보다 3.8% 감소한 4백50만2천톤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농민들은 올 가을 계속된 비와 흐린 날씨 등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쌀값이 올라야 하는데도, 전남지역의 경우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매입가격이 지난해보다 조곡 40kg 기준 5천원이나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부터 쌀소득보전직불제의 목표가격을 현재보다 한가마당 8천8백18원 낮은 16만1천2백65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목표가격 변경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하여, 올해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정부의 잘못된 양곡정책 탓으로 쌀값 하락을 불러오고 있으며, 경영을 걱정해야 할 농협RPC는 쌀 매입가격을 올려달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면서 그동안 쌀의 기준가격 형성 역할을 해 왔던 추곡수매제도를 폐지하고, 소위 ‘공공비축제’를 도입했다.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강행함으로써 결국 그해 수확기에 쌀값이 크게 떨어지는 ‘쌀대란’이 왔고, 올해도 값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쌀 농가소득이 추곡수매제 당시인 2004년보다 8천억원이 감소했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추곡수매제를 시행할 때는 그래도 정부의 수매가격을 통해 쌀값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기준가격이 없어져 버려 앞으로 쌀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 지 예측할 수 없게 돼 버렸다.

그 대안은 무엇일까. 농민단체들의 주장대로 농협 RPC의 매입가격을 올려야 하고, 그 손실분은 농협중앙회가 보전해야 하며, 공공비축물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잘못된 양곡정책을 개선하는 길 외에는 없다.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결과를 보면서 해도 늦지 않을 추곡수매제도를 다시 부활시키든지, 아니면 쌀의 기준가격을 형성토록 하는 양곡도매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데로 추곡수매제도를 없애 공공비축제를 통해 시가로 수매하고, 시가로 방출하기 위해서는 ‘시가 결정기구’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시가 결정기구가 없기 때문에 올해 생산량 감소 예상에도 불구, 쌀값이 떨어지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쌀 시가매입과 시가방출의 대전제는 양곡도매시장의 활성화이고, 양곡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연간 쌀값 계절진폭을 10%이상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아가 식량자급률 법제화를 포함한 농업농촌기본법 개정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고, 소득보전직불제 지원금 증액 등의 대책도 시급하다 하겠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