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와 공존하는 유기농업 추진

로컬푸드연구회-한국농정신문 공동기획-일본 효고현 지산지소 현장을 가다

  • 입력 2010.02.16 11:29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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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황새마을의 지산지소
2. 공동체지원농업(CSA) 유기농업 생산자와 소비자 제휴 
3. 농협의 지산지소 활동
4. 도시생활협동조합의 지산지소
5. 시민단체의 지산지소 운동

일본의 지산지소는 지역먹을거리운동의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공동체지원농업(CSA)의 효시인 타이케이농업(제휴농업)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생산자의 연결, JA전중(일본의 농협중앙회)의 직매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먹을거리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은 지난 8∼12일까지 5일간 로컬푸드연구회(책임연구원 김철규, 고려대 교수)와 일본 효고현의 지역먹을거리운동에 대해 동행취재를 통해 일본의 지역먹을거리운동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 일본 효고 현 토요오카 시의 황새를 통한 지산지소운동을 소개한다.

토요오카 시만의 환경창조형 농업

멸종위기에 처한 황새를 복원해 농사를 짓고 있는 토요오카 시(市)는 황새와 공존하는 유기농업을 하고 있다. 토요오카 시는 황새가 전통적으로 많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유명했지만 농약을 치고 화학비료를 살포하는 관행농법으로 인해 야생상태의 황새는 거의 전멸했다가 시와 농민들의 노력으로 현재 조금씩 증가해 1백30여 마리가 살아 있다.

▲ 지난 9일 일본 효고현 토요오카 시가 복원한 황새들이 황새공원에서 놀고 있는 모습.

황새가 줄어든 원인은 농약의 과다사용이고, 황새가 집을 짓고 살만한 나무가 없어졌고 논이 건조해져서 먹이가 부족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요오카 시는 1995년부터 황새를 시험적으로 방사해 현재는 야생 상태의 황새가 살아가고 있다. 토요오카 시는 황새가 살아갈 수 있는 자연을 만드는 것이 기본 환경정책이며 기본적으로 지산지소를 추진해 토요오카 시만의 환경창조형 농업을 만들고 있다.

일본의 식량자급률은 2006년 칼로리 베이스를 기준으로 39%이며, 효고 현은 16%, 토요오카 시는 65%이며 그 중에서도 쌀은 2백77%이다.

학교급식에서 지역산 채소 사용률은 2006년 18.9%, 2007년 27.6%, 2008년 28.6%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는 빵과 쌀을 섞어서 주는 대신에 쌀밥 급식을 주 5회로 늘렸으며 그 중 1일은 황새농업으로 키운 쌀을 사용한다.

농약·화학비료 안써 생태계 복원

황새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으며, 논의 생태계를 복원해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도록 하는 가장 자연적인 방식의 농법이다. 이렇게 황새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유기농업은 황새농업이 됐으며 이를 통해 재배한 쌀을 지역의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또한 학교급식에 사용할 농산물을 학생들이 직접 수확해 다음날 급식으로 이용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농업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게 된다.

일본의 학교급식은 유럽보다 먼저 시작됐다. 1989년에 산영현에서 시작돼 1954년 학교급식법이 제정됐다. 당시에는 복지가 아닌 교육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 차이가 있다. 또한 2005년에는 식생활 교육을 시행하는 식육기본법을 제정했다.

토요오카 시는 고향을 사랑하고 고향의 미래를 개척하는 마음이 풍요로운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다.
토요오카 시의 학교급식은 지역산 채소 급식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채소는 일본의 농협중앙회인 JA 타지마 농협과 도매시장, 유통업자 등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예전에는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했지만 여러 명의 생산자와를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져 생산자와 급식센터를 이어주는 역할을 JA타지마가 하고 있다.

이즈시(出石)급식센터 나카다니가와 마나미 영양교사는 “중간에 JA 타지마가 중간에서 담당하고 있어 손쉽게 농산물을 받을 수 있다”며 “수량, 종류, 제철 농산물의 많은 양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급급식 지역산 채소 사용률 54%

급식에 많이 활용되는 채소는 양파, 무, 배추, 양배추, 오이, 파 등이며 지역산 채소 사용률은 2006년 33.8%에서 2009년 말 54.0%까지 늘어났으며 이는 학교급식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채소가 지역산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산지소를 통한 학교급식을 통해 학생들의 채소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효고 현의 소학교 평균은 소비량은 81.8g이다. 그러나 토요오카 시의 아이들은 132.2g을 먹고 있다. 또한 채소를 많이 공급함에도 불구하고 남기는 양도 줄고 있다. 

▲ 지난 9일 일본 효고현 토요오카 시 이즈시급식센터에서 로컬푸드연구회 회원들이 일본의 급식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나카다니가와 교사는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채소를 좋아하지 않지만 토요오카 아이들은 황새가 건강히 살아가는 마을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학교급식을 추진하다보니 아이들이 채소를 좋아하고 많이 먹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채소섭취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지역의 산업이 활기가 넘치며 지역의 농업을 활성화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나카다니가와 교사의 평가이다.

토요오카 시의 급식은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먹을거리에 대한 여러 가지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학교급식센터 체험활동기간(Try Week)을 정해 이 기간에 아이들이 급식센터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직접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확체험, 급식준비작업, 여름방학 요리교실, 도농교류급식, 학교에서의 식생활 교육 등을 하고 있다.
학교급식에 지산지소 시스템을 구축해 농협과의 연계를 확보해서 채소의 품목과 사용량을 늘렸으며 규격, 품목이 일정한 식자재를 일정기간동안 쉽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아이들 수확체험 등을 통해 생산자와 아이들이 직접 만나게 돼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생산자는 생산의욕이 높아졌으며 급식센터 조리원들도 지역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일의 효율성이 좋아졌다.

아이들 건강 지키고, 고향 사랑하고

이즈마시급식센터의 급식회수는 180일 정도이고, 지역의 채소를 사용한다고 해서 돈을 추가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토요오카 시의 초등학교는 1회 220엔, 중고등 250엔이 정해져 있다. 금액 한도 내에서 지역농산물을 구매하고 있으며 농협이 중간에서 유통을 대행하기 때문에 비쌀 때도 있고 가격이 낮을 때도 있어 평균적으로는 상쇄가 되고 있다. 

이즈시급식센터의 과제는 토요카시 전체의 지산지소 구조를 만들고, 품질의 향상과 농산물의 규격문제를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며 생산자들의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특히 학교급식은 정해진 시간에 빨리 제공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자 납품시간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지산지소를 통해 얻은 교훈에 대해 나카다니가와 교사는 “급식센터에서 지산지소를 하는 것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학교급식은 아이들에게 건강만을 위해 지산지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사랑하고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워 훗날 미래의 소비자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효고현=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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