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비 조사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이유

  • 입력 2010.02.16 09:39
  • 기자명 곽길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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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2009년산 수확기 평균 쌀값이 80kg당 14만2천3백60원으로 조사됨에 따라 변동 직불금을 80kg당 1만2천28원, 1ha당 73만3천7백8원으로 결정, 고시한다고 밝혔다.
변동직불금은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 비축제를 시행하면서 도입된 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농민의 소득을 보전한다는 변동 직불금의 결정은 철저히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목표가격과 전국평균가격의 차액의 85%를 보전해준다는 변동 직불금 어디에도 농민들이 쌀을 생산하는 비용은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하기에 2009년 쌀값폭락과 쌀 대란 과정 속에서 진정으로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쌀 생산비 보장이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해왔으며 언론을 비롯해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던 것이다.

2009년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이 제시한 자료는 정부의 쌀 생산비 조사가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제시한 자료는 정부가 발표한 쌀 생산비를 바탕으로 하면 물가가 10%오를 동안 쌀 생산비는 고작 0.86%밖에 상승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다.

지난 4년간 화학 비료값 만해도 157%나 급등했는데도 생산비는 고작 0.86%밖에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은 얼핏 살펴봐도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쌀 생산비, 같은 틀 다른 결과

19만3천315원과 10만5천370원. 이것은 2008년 발표된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과 정부의 쌀 생산비 추정결과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 것일까? 가장 큰 차이는 토지용역비와 노동비 산출에서 비롯된다.

노동비의 경우 통계청은 80kg당 한가마를 생산하는데 시간당 4천964원씩 3.3시간이 투입되었다고 설정하고 있으나 전농의 조사결과는 시간당 전 산업 임금 평균수준인 1만3천800원을 적용했으며 노동시간도 기획 관리시간까지 포함하고 있다. 같은 조사 틀을 이용하지만 적용하는 것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쌀 생산비는 농업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조사되어야 한다.

쌀이라는 것은 또한 농업이라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지표만을 가지고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예로 이번 쌀 생산비조사에서 문제가 된 것처럼 농업에서의 노동시간은 단순히 모내기하는데 몇 시간, 추수하는데 몇 시간 등으로 계산될 수 없다.

실지로 영농교육이나 농사를 준비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관리하는데 드는 시간까지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농업과 관련된 조사는 단지 통계적인 조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감안하며 농촌과 농업에 기반한 조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쌀 생산비 조사는 올바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2009년 국감자리에서 강기갑 의원은 “통계청이 틀리고 농민단체가 맞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생산비가 현장과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농민들이 정부정책을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농식품부, 농진청, 통계청, 농민단체가 공동조사단을 꾸려 쌀 생산비를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으며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도 진행하겠다고 한 바가 있다.

국정감사 이후 농식품부는 쌀 생산비 공동조사단을 꾸리겠다면서 농민단체에도 공동조사단 회의를 개최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그리고 두 번의 회의가 진행되었다. 두 번의 회의를 통해 우리가 안 것은 통계업무나 조사업무는 통계청이 아닌 다른 정부부처 차원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공동조사단이니 뭐니 하며 기대만 했던 것이다. 지금 그 논의는 제자리에 있다.

실질적 생산비 바탕 목표가격 수립을

앞서도 제기했던 것처럼 생산비가 고려되지 않은 채 시장가격만을 기준으로 한 목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변동직불금은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역할을 할 수가 없다.

2009년 쌀 생산 농가의 조수입은 80kg당 16만5천9백24원으로써 목표가격 대비 97.6%이지만 2008년 17만 3천 7백82원보다 7천 8백58원이였던 조수입과 비교했을 때는 4.5%나 하락한 것에서 목표가격대비 소득의 함정을 여실히 볼 수 있다.

실질적이고 올바른 생산비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목표가격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목표가격으로는 농가의 실질소득은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산비가 보장되는 목표가격 수립을 위해 실질적이고 올바른 생산비조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쌀 생산비 조사에 정부와 국회, 농민단체가 공동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곽길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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