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세력(太歲歷)

  • 입력 2010.02.16 09:20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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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이 열리는 날 느긋하게 장터를 거닐다 보면 어쩌다 보게 되는 토정비결 보아주는 영감님을 볼 수 있다. 토정비결도 심심풀이로 보겠으나 영감님이 파는 태세력(太歲歷)에 관심이 간다.

전쟁 같은 농사 짓는 현재 농민

태세력은 음력을 24절기로 나누어 입춘절을 기준으로 일 년을 시작하여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 피해야 할 것, 조심해야 할 것 등과 절기마다 농사와 관련된 정보를 담고 있는 일년역(一年歷)이다. 정확히 말하면 양력 2010년 1월1일부터 경인년 호랑이해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2월 14일부터 경인년은 시작되는 것이다.

태세력을 펼쳐보면 첫 장 아래 부분에 몇룡치수, 몇일득신, 몇우경전, 몇마타부(예로, 六龍治水, 五日得辛, 七牛耕田, 十馬 負)라는 글이 나온다.

이 네 가지의 것들은 각기 글자가 뜻하는 바대로 당해 연도에 몇 마리의 용이 물 관리를 하며, 며칠간 수정이 이뤄지며, 몇 마리의 소가 밭을 갈며, 몇 마리의 말이 곡식을 나르게 되는가를 수학적 경우의 수를 만들어 가정하는 것이다. 지금도 촌부들은 새해가 되면 올해는 용이 몇 마리라네 하고 아는 체를 하며 득신과 관련한 농사속설들도 곧잘 이야기하곤 한다.

농사가 천하의 대본이라고 했던 시절에는 이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올해 물 관리와 거름주기는 어떻게 계획할 것인지 곳간은 어떻게 수리 확충할 것인지를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자를 아는 사람(권력층)들이 먼저 태세력을 구입해서 이런 사실을 일반 농민들에게 알려, 겉으로는 농민들에게 올해는 풍년이 들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지만 한편으로는 농민들로 하여 게으름 피우지 말고 농사 열심히 짓도록 경각심을 일깨운다. 즉 지배 이데올로기의 씨줄이며 날줄로 쓰였던 것이다.

경전착정(耕田鑿井)이란 말이 있다. 요임금 시절 시골의 한 농부가 ‘맘대로 농사짓고 우물 파 마시는데 임금이 내게 무슨 필요가 있냐’며 흥얼거린데서 비롯된 말이다.

지금은 농민들이 아무걱정 없이 편안히 생업에 종사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농사에 대한 천박한 경쟁 인식이 정책에 관여하는 한 농민들은 전쟁 같은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영농발대식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우리농민들은 이제 새로운 방식의 태세력을 만들어 천기를 해석해 내려 하고 있다.

한반도 전체 식량구상 준비를

한해 50만 톤 씩 남아도는 쌀 문제의 해결 없이는 농사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을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영원히 농민은 농협의 노예가 되고 말 것이다.

또한 고질적 농가부채문제의 해결과 통일쌀로 대변되는 한반도 식량구상을 준비해야 한다. 경전착정의 시대를 우리가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의 태세(態勢)를 갖춘 태세력(太歲歷)을 마음에 담아 두자!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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