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안전과 식량주권

윤석원 중앙대 교수

  • 입력 2010.02.08 12:39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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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의 안전문제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간의 생명은 물론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원료 거의 외국산인 가공식품

우리 주변에서 많이 소비되는 농축수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밀, 콩, 옥수수, 수수, 조, 팥 등 곡물과 키위, 바나나, 오렌지 등 과일은 물론이요 양파, 마늘, 당근, 파, 고추, 참깨, 들깨 등 채소류, 그리고 명태, 고등어, 낙지, 조기, 매기, 붕어, 잉어, 장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엄청나다.

이러한 일차 농축수산물 외에도 가공식품과 각종 식품첨가물의 수입도 그야 말로 가공할 정도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공식품이라 하더라도 그 원료는 거의 외국산인 것이 현실이다. 두부, 콩나물, 된장, 청국장, 빵, 사료, 막걸리, 떡볶이, 간장, 식용유, 라면, 햄버거, 토마토 케찹, 과자류 등이 그렇다. 외식을 할 때에도 수입 식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치, 튀김가루, 메밀국수, 튀김새우, 고추가루 등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홍차, 레몬차, 옥수수 수염차, 녹차, 맥주, 생선회 등도 수입 원료가 대부분이다. 이제 우리는 외국의 농축수산물이나 외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식품의 안전성이 크게 훼손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물론 국내 농산물이라고 하여 백퍼센트 완벽한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개선되어 가고 있고 소비자의 안전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수입 농축수산물이나 가공식품은 하루가 멀다 하고 농식품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최근의 농식품 안전사고만 하더라도 2004년에는 중국산 찐쌀에서 이산화황이 발견됐으며, 2005년에는 중국산 장어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고, 같은 해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으며, 2006년에는 단체식중독사태, 2007년에는 기억도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2008년에는 조제분유에서 검출된 멜라민 사태, 금년에도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한 해도 거르는 일 없이 대형 농식품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수입 농식품이 우리의 식탁을 온통 잠식해 버린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일인당 소득 수준이 낮았던 1960년대나 1970년대에는 식량자급률이 거의 100%에 가까웠다. 소득 수준이 낮으니 축산물등의 소비가 많지 않아 곡물의 수입이 필요 없었고 가공식품보다는 일차 농수산물 위주의 식생활로 충분했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축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유형의 농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WTO체제가 출범하면서 농수산물 시장은 전면 개방되기 시작하게 되었고 비교우위와 경쟁력 지상주의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우리나라 농축수산업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어 놓았다.

WTO체제하의 신자유주의에 함몰되어 소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산업은 그 존립 근거를 찾지 못할 상황으로 내 몰리고 말았다. 값싼 해외 농수산물을 수입하면 소비자 후생이 늘어난다는 단순한 경제논리가 전가의 보도처럼 판치게 되었다. 농어업·농어촌에 대한 본질적 가치와 식량안보, 식량주권에 대한 인식은 점차 매몰되어 갔고, 저급한 경쟁력 지상주의와 물질주의, 생명·생태·자연·환경과 같은 지속가능한 가치에 대해 눈뜨지 못했다. 농식품 안전의 문제는 이러한 인식에서 파급된 필연적 결과이다.

자국에서 생산된 안전한 농식품이 수백시간씩 걸려서 수입해온 농식품보다 안전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미국, 캐나다, EU 등과 같은 선진국들은 식량자급률이 모두 100%가 넘는다. 우리는 27%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선진 식량 수출국들은 자국의 농식품 수출을 위해 제3세계 국가는 물론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에게 농축수산물시장 개방을 강요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농축수산업이야 죽든 말든, 다른 나라 국민의 식품안전성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내 농축수산업 자급률 높여야

따라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농식품 안전을 위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농식품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가능한 한 국내 농축수산업의 자급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 식량수급목표와 논 면적의 유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존립을 위한 최소한의 주권이며 식량안보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해야한다는 당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식량주권의 확보와 식량안보를 위한 농업정책은 필수이다. 식량주권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미래에도 변함 없는 덕목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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