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대안 겸비한 농민운동으로 국민속에 들어설 터”

인터뷰- 이 광 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신임 의장

  • 입력 2010.01.31 23:07
  • 기자명 김규태 최병근 김주영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 대란 해결 위해 대중적 운동 전개
농민 조합원 주도하는 농협개혁 추진
농업계에 사회적기업 창출 추진할 것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지난달 28일 이광석 신임의장을 선출하고 힘찬 13기의 돛을 올렸다. 군산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담임교사로부터 “광석이는 ‘군자’ 아니면 ‘바보’다”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욕심이 없었다고 한다. 이후 평생 이 말을 거울삼아 살아온 이 의장은 70년대부터 부모님의 농토를 이어받아 농사를 지어 왔다. 이광석 전농 신임의장을 지난 28일 괴산군 보람원에서 열린 전농 대의원대회 자리에서 만나 한국의 농업, 농민, 농촌, 그리고 농민운동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글=김규태, 최병근기자 사진=김주영 기자〉

-대다수 중·소농들의 생존권을 위한 정책대안은?
▶전체 농가중 1ha 미만 영세농의 비율이 64%에 이르고 있는 현실에서 중소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무색하다. 이명박 정권은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기업농을 육성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농업정책의 기조를 중소농을 집중 육성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소농이 중심이 되는 다양한 생산자조직을 육성하고 생산지원, 유통지원, 직불금 확대를 통해 소득이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농업이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주권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의 전농 고립화 정책이 심화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의 전농 고립화 책동에 대해서는 전농이 투쟁으로 단호하게 맞설 것이다. 전농이 좀 더 현장의 농민대중에게 다가서고 정부의 농정과 농민단체 분열 책동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또한 각 농민단체와는 연대연합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농민단체 사이에 의견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한국농업, 농민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식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품으로 다가설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전농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독자적인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 이광석 신임 의장
-지난해 쌀 대란이 올해도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지난해 쌀 대란이 올해도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안은 무엇인가?▶이명박 정권이 농민들의 절절한 현실을 외면하고 부자들을 위한 정책만 추진하는 일방독주에 맞서 농민들의 생존권을 찾기 위한 투쟁이 계속될 것이다. 어디 농민들만 그러한가? 해고당하는 노동자, 폐업하는 자영업자, 쫓겨나는 세입자, 폭등하는 등록금에 절망하는 학생들 등 이명박 정권 아래 사는 이 땅의 민중들이 모두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저항하고 있지 않은가?

 

쌀 대란 문제는 단순하게 농민들만의 생존권 문제가 아니라 식량주권과 직결된 전 국민적 문제이다. 따라서 전농의 강력한 투쟁과 더불어 쌀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진영이 함께 할 수 있는 대중적인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쌀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남북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대북쌀 지원 재개’와 ‘대북쌀 지원 법제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식량수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협개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대안을 갖고 있나?
▶앞으로 전농은 농민조합원이 농협의 주인임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교육사업과 투쟁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농-농 갈등을 조장하는 비겁한 행동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권 하에서 정부에 농민을 위한 농협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전농의 새로운 지도부는 일상적인 농협개혁 투쟁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농민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민운동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 보는가.
▶전농은 20년 역사 속에서 대중노선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개방화 정책으로 농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고 농민운동의 조직력과 투쟁력에도 일정하게 영향을 미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워졌다고 푸념만 할 수 없는 것이 한국농업과 농민의 현실이다. 농민운동이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작년부터 조직진단 평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0년은 농민운동의 진단과 평가에 근거해서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역이라는 근거지를 더욱 튼튼히 하기 위한 조직체계와 역할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비판과 대안을 겸비한 농민운동으로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20년 역사 속에서 성과적인 측면도 많았지만 지속가능한 농민운동을 위한 대안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 없이 체계의 변화나 제도의 변화만으로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다. 전농 동지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농민운동의 주체라는 자각아래 깊은 성찰과 반성을 함께 해나가도록 하겠다.

-올해가 전농 20년이다. 앞으로의 20년은 지금까지 전농이 해왔던 운동방식을 넘어서는 방안이 있나. 무엇으로 농민들에게 희망을 줄것인가?
▶신자유주의 정책의 첨병을 자처하는 이명박 정권하에서 농민들의 농업을 보호하고 농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대중투쟁은 불가피하다. 아울러 현재 농협이 농민의 협동조합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제 농민들 스스로가 생산 공동체를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지역 공동체적 삶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 낼 것이다.

-지난해 일부 농민단체가 농민연합에서 탈퇴했다. 농업계의 결속을 위한 전농의 복안은 무엇인가.
▶서로 다른 것을 앞세우기 보다는 서로 같은 것을 중심으로 마음을 모으기 위한 자세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애정 어린 격려와 애정 어린 비판이 농민단체간 연대의 틀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민중생존권이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전농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노골화로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민중들의 삶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실질 실업자는 350만을 육박하고, 서민 자살률은 증가하고, 농민들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산물 가격과 농가부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민중들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져 가고 있다. 2010년은 진보진영의 연대전선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해 투쟁의 중심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연대전선 확대와 투쟁강화를 토대로 진보정치를 통합해 2010년 반드시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내와야 한다.

다행히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더욱 확대된 상설 연대체에 대한 논의를 고민하고 있고, 진보정치 대통합을 모색하는 움직임들이 있다.

-전농 13기 사업 방향은?
▶올해는 어느 해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전농 20주년에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해이다. 따라서 전농은 새로운 20주년의 시작, 전농이 선봉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농민생존권을 쟁취해 식량주권 실현하자’는 구호아래 세 가지 사업을 추진하겠다.

첫째는 대중투쟁과 조직적 선거투쟁으로 올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농민대중 속으로 들어가 농민대중의 투쟁 의지를 높여 전농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대북 쌀 지원재개 및 법제화, 쌀 대란 해결, 농민을 위한 농협개혁 쟁취, 농민소득 보장을 위한 강고한 투쟁을 전개하겠다. 세 번째는 전농의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전망을 만들어 가는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농민운동 활동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 시대 농민으로 산다는 것, 특히 전농의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순교자의 정신을 갖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다. 전농 활동가들이 순교하는 마음으로 농민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정신들이 경제생활 속에서 많이 왜곡되고 변해가고 있다. 활동가들이 여기서 손 놓으면 갈 곳이 없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몰아치지 않으면 안 된다. 올 한해 기쁜 마음으로 몰아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농업을 회복시킬 수 없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