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자유전 원칙을 생각한다

  • 입력 2010.01.18 13:36
  • 기자명 오미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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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750억원을 들여서 은퇴, 고령농민들을 대상으로한 정책의 일환으로 농지매입을 실시한다. 이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은퇴와 고령으로 인해 농사를 지을수 없는 사람의 농지를 농지은행을 통해서 감정가격으로 매입해 창업농, 전업농, 귀농인, 농업법인, 농산물수출 가공 법인 등 새로운 농업경영체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망 전까지 땅 포기않는 농민

이때 임대료는 지역농지의 임대료 수준을 고려하여 결정한다고 한다. 사업대상은 대규모 영농이 가능한 농업진흥지역내 우량농지가 우선매입 대상이라고 한다.

이 사업의 취지는 현재 60세 이상의 고령농업인이 농지의 50%를 소유하고 있어 이들이 은퇴하거나 전업하려고 했을 때 농지를 파는데 어려움이 커지고, 농지가격도 하락하게 되어 농가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대응하는 정책이다. 농지를 매매하는 데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현재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의 대부분이 대규모 토지를 살 수 있을 만큼 자본력이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고령농이든 은퇴농이든 농민들은 눈을 감기 전까지는 땅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농민들이 땅을 팔고 더 이상 농업을 하지 않기로 맘을 먹을 때는 고향을 등지고 이사를 가든지 아니면 도시나 외지에 있는 자녀들의 사업자금이나 주택자금을 대주기 위한 목돈이 필요할 때이다.

문제는 토지의 거래가 자유롭든 그렇지 않든 토지의 감정가와 실거래가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감정가가 더 낮기 마련이다. 따라서 토지매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감정가격 매입은 토지가격의 절하를 통한 매매이다. 따라서 가급적 땅을 매입하기 보다는 임차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퇴나 고령농민들이 땅을 팔아 목돈을 쥔다고 해도 그 비용으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이런 목돈은 자식의 사업자금이나 이자 낮은 저축, 퇴폐적 문화의 유혹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수많은 개발사업으로 토지보상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가장 먼저 번창한 사업은 유흥업소이고 목돈을 쥔 농민들을 대상으로 펀드투자를 부추기고 이 목돈에 눈이 멀어 부모를 유인하는 자녀들이 생기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21조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지의 소유자격을 원칙적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농지법 제6조 1항에 따라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이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농사를 지을 의사가 없거나 농사지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농지가 소유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전체농지의 50% 이상을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정부가 농업법인과 비농업인의 주말농장 농지 소유를 허용하면서 경자유전의 원칙은 더 이상 원칙이 아닌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한술 더 떠 도시형 농지공급 얘기까지 나오고 대체농지의무지정제도 역시 폐지되고 있다.

몇가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 매입한 농지를 제한적으로 매매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어떤 상황에서 매매할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장부지(?), 대규모 개발(?), 어쩌면 토지공사가 합법적 투기라고 비난 받는 전철을 농지은행이 그대로 밟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농지은행은 매매를 통해서 구입된 농지는 새롭게 농업인으로 정착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개인을 우선대상자로 하여 농업경영의 기반을 제공하도록 저렴하게 장기임대되어야 한다. 대규모 농업법인으로 임대되는 것도 염려가 된다.

은퇴농.고령농 노후 제대로 보장을

물론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이들 은퇴농과 고령농이 농지를 팔더라도 고향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농지담보 노후연금이 지급된다면 평생을 가꿔온 땅을 잃지 않고도 죽을 때까지 보호속에서 고향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사망이후 농지매입이 이루어지게해 넓은 의미의 경자유전을 확대 실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제 농민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벼랑끝 삶이다. 고령농이든 청년농이든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농지매매를 통한 영농지원 정책이 은퇴농과 고령농의 노후를 제대로 보장하면서 젊은 청년농업인, 귀농인 등의 농업생산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오미란
전국여성민회총연합 정책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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